시진핑 "월드컵 우승" 명령해도···中축구 왜 안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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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4일 러시아월드컵이 개막했다. 한국과 일본은 월드컵 본선 진출에 나란히 성공했지만, 13억 인구의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역 예선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축구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월드컵 본선 진출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유일하다.

 최근엔 스페인 최대 명문 레알 마드리드 감독 출신인 호세 카마초와 마르첼로 리피(전 이탈리아 감독)를 잇따라 국가대표 감독으로 영입하고, 헐크·오스카(상하이 상강) 등 유명 브라질 선수까지 본국 리그에 스카우트했지만 중국의 월드컵 성적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광동성(省)에 위치한 중국 슈퍼리그(1부 리그) 광저우에버그란데 FC의 축구 학교를 방문했다. 스페인 등 축구 강국 출신 코치들로부터 중국 축구가 부진한 이유를 듣기 위해서였다.

광저우에버그란데 축구 학교에서 스페인 출신 코치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SCMP 캡처]

광저우에버그란데 축구 학교에서 스페인 출신 코치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SCMP 캡처]

 SCMP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개설된 이 축구 학교는 2500여 명의 ‘축구 꿈나무’가 재학 중이다. 이들의 평균 연령대는 8~17세. 1년 수업비는 5만 위안(847만원) 가량이다. 코치들은 레알 마드리드 등 빅 클럽 출신이라고 한다.

 스페인 출신 코치인 이본 라바이엔은 SCMP 인터뷰에서 중국의 축구 교육을 ‘군대’에 비유했다. 그는 “유럽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여러 스포츠를 즐기면서 배운다”며 “반면 중국은 (스포츠마저도) 집단 훈련을 중시한다. (중국 정부가) 지나치게 규율을 세우는 바람에 자유가 사라진 아이들은 열정, 창의성, 용기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의식은 실제 축구 훈련에서 나타난다. 라바이엔은 “11~12살 된 학생들은 훈련 때 대부분 입을 문다. 서로 친근하게 대화를 나눌줄 모르다보니, 실전에서 패스를 조율하거나 전략을 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페인 출신 코치인 마누 메리노 역시 “어린 축구 선수들이 골을 넣은 뒤에도 세레모니를 할줄 모른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며 “골을 넣은 뒤에도 이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강제로라도 서로를 안고 기뻐하라’며 지시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현지 코치들은 “중국의 축구 부진 원인이 ‘한 자녀 정책’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고 SCMP는 전했다. 한 자녀 정책은 지난 1978년 중국 정부가 인구의 지나친 증가를 막으려는 목적으로 가구당 자녀 수를 한 명으로 제한한 정책이다. 지난 2015년엔 두 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다소 완화됐다.

 스웨덴 국가대표이자 레알마드리드 선수 출신인 미켈 라사 코치는 “(한 자녀 정책으로 형성된) 중국의 개인주의는 독특한 방식으로 형성됐다. 학생들은 가족과 선생에게 인정받도록 자랐다. 하지만 정작 협력하고 남을 배려하는 능력은 무척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심지어는 자신의 팀이 20 대 1로 패배했는데도 ‘한 골만 넣었으면 됐지’라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중국과 독일의 12세 이후 축구 국가대표 경기에 방문한 시진핑 부부. [EPA]

지난해 중국과 독일의 12세 이후 축구 국가대표 경기에 방문한 시진핑 부부. [EPA]

 이런 가운데서도 중국은 ‘양적 투자’에만 집중한다는 것이 SCMP의 지적이다. 지난 2015년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이 앞으로 30년 안에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그리고 우승을 해야 한다”고 공개 주문했다고 한다.

 SCMP는 “시진핑 주석의 이같은 공언은 곧 ‘명령’이 됐다”며 “곧 이어 중국 공산당 중앙당위원회가 ‘중국 축구 개혁 및 발전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중국인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애국심과 집단주의를 키울 것을 명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SCMP는 “중국의 축구 교육에 대한 (양적) 투자는 라리가(스페인  프로 리그)를 뺨칠 정도다. 하지만 중국의 독특한 규율과 문화는 학생들의 스포츠 정신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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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중국 현지 코치들이 우려하는 ‘자녀 수 제한 정책’은 조만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최근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르면 올해 4분기 쯤 (자녀 수 제한 정책에 대한) 폐지 결정이 내려질 것이며, 이는 내년(2019년)쯤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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