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의 피해자는 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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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남성보다 여성 일자리에 훨씬 더 큰 타격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최저임금, 자동화 그리고 저숙련 노동자의 고용 변화’ 보고서에서 "현재보다 최저임금이 1000원 인상될 경우를 가정해 계산해보니, 자동화가 가능한 직종의 전체 고용 비중이 0.71%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별로 나눠보면 여성의 고용 비중은 11.15%포인트 떨어지는데 반해, 남성은 0.1%포인트 높아졌다. 한경연 측은 자동화가 수월한 직업군에 여성 비중이 높아 기계 대체에 따른 피해 역시 더 크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1000원 인상에 따른 산업별 고용 비중 변화를 살펴봐도 여성 일자리의 감소가 뚜렷했다. 제조업, 서비스업, 기타 업종에서 종사하는 여성의 경우 고용 비중이 각각 8.18%포인트, 11.73%포인트, 17.89%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남성은 서비스업에서만 0.17%포인트 떨어졌을 뿐, 제조업은 0.02%포인트, 기타 업종은 1.15%포인트 늘었다.
기업 규모별 구분에서도 여성 일자리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100∼299인, 300∼499인, 500인 이상 규모의 기업에서 종사하는 여성의 경우 고용 비중이 각각 2.09%포인트, 5.24%포인트, 6.05%포인트 감소했다. 남성 고용 비중은 5~9인 기업에서 오히려 1.67%포인트 증가했고, 다른 기업 규모에선 유의미한 수치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경연 측은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근로시간 비중에서는 전체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여성만 보면 11.32%포인트 감소한 점이 눈에 띄었다. 제조업, 서비스업, 기타 업종에서 종사하는 여성 근로시간은 각각 7.14%포인트, 12.04%포인트, 18.02%포인트 떨어졌다. 남성 근로시간이 1%포인트 안팎의 변동 폭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경연은 고용노동부의 2009∼2016년 고용형태별 실태조사의 임금 구조 부문에 나온 72개 산업 부문을 활용해 해당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자동화가 가능한 직종의 고용 비중이 높은 상위 10개 산업으로 ▶목재·나무제품 제조업(가구 제외) ▶인쇄·기록매체복제업 ▶식료품 제조업 ▶담배 제조업 ▶금융업 ▶가구 제조업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 ▶섬유제품 제조업(의복 제외) ▶펄프·종이·종이제품 제조업 ▶기타 기계·장비 제조업 등이 꼽혔다.
윤상호 한경연 연구위원은 “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는 자동화는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은 채 도입되는 것으로 비효율적일 수 있다”며 “현재 최저임금 인상 계획이 조정되지 않으면 수많은 일자리가 기계에 의해 비효율적으로 대체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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