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기의 농촌 "등줄 쥐 조심"|렙토스피라 전국서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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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추수기 농촌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렙토스피라증 환자가 예년보다 10일정도 빠르게 충북지역에서 첫 환자가 발생,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괴질로 알려졌던 렙토스피라증은 8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인 균이 분리·확인된 인수공통의 급성전신 성 감염질환으로 87년3욀 2종에 준 하는 전염병으로 지정됐다.
보사부의 전염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모두 5백 명이 발병해 이중 8명이 사망했다.
렙토스피라증은 박테리아의 일종인 렙토스피라 균에 의해 감염된다. 이 균은 따뜻하고 습한 환경을 좋아하며 논물에서 10일정도 견딜 수 있다.
주로 등 줄 쥐의 폐나 신장에 살고 있던 균이 오줌을 통해 배설돼 괸 물이나 토양 또는 볏짚 등 쥐의 통로에 섞여 있다가 피부의 상처나 점막을 통해 사람에게 침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 속에 침입한 렙토스피라 균은 혈류를 따라 전신으로 퍼져 근육·심장·간·폐·신장 등에 염증이나 혈관 염·기능장애를 초래하며 7∼10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여러 가지 증세를 보이게 된다.
계절별로는 9∼10월 사이의 장마 후나 추수기에 많이 발생한다. 농민들은 침수된 논의 벼 세우기·벼 베기·김매기·탈곡·벌초 등 농촌의 여러 작업과정을 통해 오염된 물이나 흙에 접촉되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농촌인구의 12%에서 항체양성 율을 보여 8명중 1명 골로 렙토스피라 균의 침입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는 항체양성 율이나 환자발생 율이 강원· 경기·충청지역에 높았으나 점차 전라·경상도 쪽에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국립보건 원 측의 분석이다.
렙토스피라증은 급성열성 질환으로 환자발생시기가 일손이 달리는 추수기인데다 감기나 몸살정도의 가벼운 병으로 오인,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이 병의 주요증세는 고열·오한·근육통(특히 하지근육통)·두통등이다. 또한 환자의 절반정도에서는 호흡곤란·혈담·기침 등 호흡기증세나 구역질·구토·설사·복통 등 소화기증세가 나타나기도 하며 결막충혈이나 황달·빈혈증세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
서울대의대 최강원 교수(내과)는 추수기 농민에게서 갑작스런 몸살·감기증세가 나타나면 일단 렙토스피라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이같은 임상증상 외에 흉부 X선 검사· 혈액 및 요 검사가 진단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발병초기에는 테트라사이클린·페니실린 등 항생제로 비교적 치료가 잘되는 편이다. 고려대 의대 박승철 교수(내과·구로 병원)는 증세가 진행돼 폐·간·신장 등에 균이 퍼지면 해당기관에 대한 적절한 대증요법을 쓰게 되는데 비교적 경과가 좋다고 말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논의 물을 완전히 뺀 후 벼 베기를 하도록 하고 작업 시에는 장화나 장갑·긴 바지·긴소매가 달린 옷을 착용하며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들쥐의 통로가 됨직한 곳에 누워 쉴 때도 주의해야 한다.
보다 적극적인 예방법으로는 예방주사를 맞는 것. 국립보건 원 팀이 개발한 렙토스피라 백신이 올해부터 3개 제약회사에서 공급되고 있는데 항체생성 율은 87%정도로 알려져 있다.
접종은 7일 간격으로 2회 피하 주사하고 추가 접종은 1년 이내에 한번 하면 된다. 환자발생시기 1개월 전에 접종을 끝내야 효과적이며 접종비용은 2천 원 내외.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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