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불가침 등 5개 의제 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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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판문점=허남진 기자】남북 국회대표들이 2년 11개월만에 다시 회동했다.
남북 국회회담 개최준비를 위한 준비접촉이 19일 오전11시 판문점 북한측 구역인 통일각에서 우리국회대표단 박준규(수석) 이한동(이상 민정) 김봉호(평민) 박관용(민주) 김용환(공화) 의원 등 5명과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표 전금철(단장) 안범주 이동철(이상 노동당) 이주웅(사회민주당) 박문찬(천도교 청우당) 등 5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남북 국회회담 준비접촉은 12대 국회 때인 85년 7월 23일 첫 접촉이 이뤄졌고 같은 해 9월 25일 2차 접촉을 한 후 팀스피리트를 이유로 북측이 일방적으로 중단했었다. <관계기사 3면>
이날 접촉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박준규 의원은 기조연설을 통해 국회회담의 방식, 대표단구성, 의제 등에 관한 7개항의 우리측 입장을 발표했다.
7개항은 ①남북 국회회담의 형식은 대표회담으로 한다.
②대표단은 쌍방 각각 20명으로 하며 수석대표는 의장이 지명하는 중진의원으로 임명하는 한편 40명의 지원인원 및 50명의 취재기자를 구성한다.
③의제는 ▲북측 선수들의 서울올림픽대회 참가 문제 ▲남북간의 인적·물적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는 문제 ▲남북당국간의 불가침협정체결을 권고하는 문제 ▲남북 적십자회담과 경제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문제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권고하는 문제 등 5개로 한다.
④남북 국회회담의 합의사항은 공동 합의문으로 채택, 발표하며 회담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쌍방 5명의 대표로 간사회의를 구성한다.
⑤1차 남북 국회회담은 8월중 평양에서, 2차 회담은 10월중 서울에서 개최한다.
⑥상대측 지역 체류기간은 3박 4일로 한다.
⑦남북 왕래 절차, 신변안전·보장, 판문점 통과절차, 체류 및 회담일정 등 제반실무 절차문제 등에 대해선 과거 남북 왕래의 선례를 준용하되 구체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실무대표 1명씩을 선정한다.
박 수석대표는 이어 회담형식과 관련, 『남북 국회회담에 정당·사회단체대표들과 각계인사들을 참석시키는 것은 국회회담의 성격상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수석대표는 『서울올림픽대회의 최종 엔트리 마감이 9월 1일로 박두해 있고 문화올림픽이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남북쌍방이 올림픽대회를 계기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길은 귀 측 선수들이 올림픽대회에 참가하는데 있다』고 말하고 『남북선수들이 개·폐회식 입장 때 오륜기를 앞세우고 각기 자기측 국기를 들고 함께 행진하게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민족의 일체성을 만방에 과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측은 이날 준비접촉에서 본 회담의 성격을 정당·사회단체 대표까지 모두 참여하는 연석회의로 할 것을 거듭 주장하면서 이 연석회의에 「불가침 공동선언」 발표와 올림픽문제 및 남북긴장완화에 도움이 되는 의제들을 포함시키자고 말했다.
북한측 전 단장은 먼저 기조연설을 하면서 한국국회의원 전원과 북한최고인민회의대의원 전원 및 쌍방이 뽑는 정당·각계인사 50여명씩 참여하는 제1차 연석회의를 오는 26일 평양에서 4박 5일 일정으로 개최하자고 주장했다.
북한측은 회의운영절차에 대해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비공개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연석회의 운영을 위해 각 5명씩으로 구성되는 공동운영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북한측은 또 회의 토론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자유로이 하되 표결에 참가하는 의원은 양측이 동수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측은 또 평양에서 열리는 연석회의 사회는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의장이 맡고 서울에서 열릴 때는 한국 국회의장이 맡도록 하자고 했다.
전 단장은 이날 먼저 연설하면서 남한측을 「대한민국」이라고 정식으로 호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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