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현 백두 꽃가마… 한라·금강 통합장사엔 김용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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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기간(10~12일) 부천시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2003 세라젬배 추석장사씨름대회에서 '원조 골리앗' 김영현(신창 건설.사진(左))과 '모래판의 탱크' 김용대(현대 중공업.(右))가 각각 백두급과 한라.금강 통합장사에 올랐다.

김영현은 지난 12일 백두급 결승에서 김경수(LG투자증권)에게 0-2로 밀렸으나 나머지 세판을 내리 밀어치기로 3-2로 역전승을 거뒀다.

김용대는 11일 한라.금강 통합장사 결승에서 조범재(신창)를 3-1로 눌렀다.

그러나 꽃가마를 탄 두 장사의 표정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김영현은 우승이 확정된 뒤 거듭 포효하며 울먹였다.

"이젠 아내가 욕을 먹지 않아도 돼 너무 기쁩니다."

무슨 말일까.

"결혼한 뒤 성적이 나빠졌어요. 제 부진이 아내 탓이라는 말이 들렸지요. 오늘에야 아내의 '누명'을 벗겨줬어요. 홀가분합니다."

김영현은 아내 노태연(25)씨에게 달려가 포옹했다. 노씨는 아무말 없이 그저 웃기만 했다.

반면 김용대의 표정은 다소 어두웠다.

"전 무지하게 손해봤어요."

김용대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6월 장성장사씨름대회 우승으로 김선창(신창)이 보유 중인 한라급 최다우승기록(12승)과 타이를 이뤘다. 따라서 신기록을 작성한 셈이지만 신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한국씨름연맹은 "이번 대회가 한라.금강 통합대회이고, 지난 대회 8강에 대한 시드 배정없이 치러진 번외경기이기 때문에 한라급 우승으로 볼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올스타전에서 두번 우승한 것까지 합치면 세번의 우승기록을 잃어버린 셈이에요."

억울해죽겠다는 표정이지만 얼른 마음을 추슬렀다.

"최근 골프를 배웠어요. 이젠 정말 마음을 비우고 오직 경기만 보겠어요. 그러면 성적과 기록은 자연 따라오겠지요."

부천=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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