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보- 고지행 '주연을 빛낸 조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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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팀 타율 0.289로 1위에 올라 있는 삼성 타선에도 '숨어있는 1인치'가 있다.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가는 동안 두번의 '허리'를 만난다. 2번 타자와 7번 타자다. 2번 타자는 톱타자 박한이(0.324)와 최강의 중심타선 이승엽-마해영-양준혁을 연결해 준다. 또 7번 타자는 중심타선에서 하위타선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지뢰' 노릇을 한다. 이 두 '허리'가 어떻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그날 삼성의 공격력이 달라진다.

김응룡 감독은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수원에서 벌어진 선두 현대와의 3연전에서 '약점'으로 여겨졌던 2번과 7번 허리의 활약으로 3연승을 거뒀다. 물론 2개의 홈런을 터뜨린 이승엽과 상대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낸 투수진의 공이 컸지만 2번과 7번은 '숨어있는 1인치'답게 보이지 않는 승부처에서 자신의 몫을 해냈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힘'으로 팀워크를 단단히 다질 수 있었다. 3연승보다 더 값진 수확이다.

고지행(25)과 심성보(30). '수원성 대첩'에서 3연승을 이끈 삼성의 2번과 7번이다. 현대 3연전에서 이들의 활약을 보자.

지난 5일 1차전. 0-1로 뒤지던 5회초 2사1, 2루에서 심성보가 천금의 동점타를 때렸고 고지행은 2사 1루에서 양준혁의 3점홈런의 발판이 되는 안타를 때렸다.

6일 2차전. 0-1로 뒤지던 3회초 박한이가 동점홈런을 때리자 고지행이 중월2루타로 현대 정민태를 흔들었고 곧바로 이승엽의 2점홈런이 터져 역전승을 거뒀다. 심성보는 8회 2사 2루에서 쐐기를 박는 적시타를 때렸다.

8일 3차전. 0의 균형을 이루던 2회초 1사 2, 3루에서 심성보는 3루땅볼로 결승타점을 올렸고 3-2로 앞선 8회초에는 쐐기를 박는 적시타를 보탰다. 고지행은 5타수 2안타로 활약했다. 이들의 활약이 없었다면 3연승은 불가능했다.

이들은 '굴러온 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고지행은 한화에서 시즌을 시작해 4월 25일 삼성으로 트레이드됐고 심성보는 LG에서 웨이버로 공시된 뒤 7월 15일 자유계약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다른 팀에서 왔지만 '박힌 돌'을 밀어내고 주전을 굳혀가는 이들은 삼성 상승세의 든든한 밑거름이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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