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의원직 사퇴’ 빈말로 끝나 … 약속 지킨 건 박세일이 유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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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병두. [연합뉴스]

민병두. [연합뉴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10일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직후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을 때 국회 주변에선 실제로 사퇴가 이뤄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정세균·천정배·최문순·조원진도 #사퇴서 냈다 결국 모두 거둬들여

아니나 다를까 지난 4일 민 의원이 사퇴서를 거둬들이자 “역시나 쇼였다”(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는 반응이 야권에서 나온다.

그동안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의원들은 꽤 있었지만 언행일치 사례는 극히 드물다. 2009년 7월 미디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와 천정배·최문순 의원은 항의의 표시로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석 달 뒤엔 장세환 의원도 사퇴서를 냈다. 하지만 이들은 이듬해 전부 원내로 복귀했다.

비슷한 때인 2009년 7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간사였던 조원진 의원은 “비정규직법을 (7월 5일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한을 넘기자 조 의원은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사퇴서를 찢어 버렸다”며 말을 바꿨다.

2004년 3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때는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 전원이 사퇴서를 냈지만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89년 3월 통일민주당 의원 시절 돌연 사퇴서를 내고 잠적했다가 권양숙 여사와 문재인 당시 변호사 등의 간곡한 설득으로 17일 만에 국회로 돌아왔다.

90년 7월 여당이던 민주자유당의 국군조직법·방송관계법 등의 강행처리에 반발해 야당인 평민당·민주당 소속 의원 76명 전원이 사직서를 냈지만 박준규 당시 국회의장은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87년 개헌 이후 임기가 절반 이상 남은 시점에서 자발적으로 금배지를 뗀 건 2005년 3월 한나라당 비례대표였던 박세일 의원이 박근혜 당시 당 대표의 ‘행정도시특별법’ 찬성 방침에 반발해 탈당계를 내고 의원직을 포기한 사례가 유일하다. 그에 앞서 5공 출신인 이춘구·안무혁 민자당 의원이 5·18 특별법 통과에 불만을 품고 96년 의원직을 던진 사례가 있으나 임기말이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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