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로스쿨 "나이 많고 스펙 안 좋아도 잠재력 있으면 뽑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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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4일 오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로스쿨 10년의 성과와 개선 방향' 간담회에서 이우영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로스쿨 10년의 성과와 개선 방향' 간담회에서 이우영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입시에서 ‘다양성 및 잠재력 전형’을 신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이가 어리고 이른바 ‘스펙(시험 점수 등)’이 좋은 학생들이 입학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서울대 로스쿨은 4일 ‘로스쿨 10년의 성과와 개선 방향’ 간담회를 열고 소속 교수 17명과 서울대 법학연구소ㆍ아시아태평양법연구소가 공동 기획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서울대 로스쿨은 “로스쿨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스펙이 좋지 않더라도 잠재력이 충분한 학생들에게 입학의 문호를 지금보다 더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학전문대학원법에는 ‘법학전문대학원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자를 입학시키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대 로스쿨 관계자는 “대형 로펌의 채용 담당자들도 초기 로스쿨 졸업생들은 전공이 다양하고 도전적인 사람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로스쿨은 ‘다양성 및 잠재력 전형’을 신설하겠다는 구체적인 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입학 전형을 개편해 일부 입학생을 정성 지표 위주로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학점 등의 정량 지표들은 최소 자격 요건으로만 활용하는 방식이다. 서울대 로스쿨 관계자는 “이미 실시하고 있는 특별 전형은 신체적·경제적으로 열악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어서 사회 경험이 많은 지원자나 지방대 출신들을 뽑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성 평가의 특성상 불거질 수 있는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 서울대 로스쿨은 “선발 절차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위해 ‘입학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방향을 추진하겠다”며 “사회 활동, 경력, 진취성 등의 평가 기준을 미리 마련하고 공개해 입시의 공정성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낮아진 변호사시험 합격률 때문에 여러 로스쿨이 어리고 스펙이 좋은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는 것이니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변호사시험의 합격률과 교육 과정에 대한 내용도 논의됐다. 이형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초기에 변호사시험을 본 사람은 합격이 매우 쉬웠는데 지금 응시하는 사람들은 합격이 매우 어려워졌다”며 “입학 정원 대비 합격률을 정해 놓는 방식의 변호사시험 제도가 큰 형평성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은 “대통령도 헌법에 따라 탄핵당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우리 국민들은 훌륭한 법률가 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로스쿨 교육은 너무 지엽적인 것에 집중하지 말고, 학생들이 기본적인 법률 소양을 갖추되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갖게 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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