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131] 결딴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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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어떤 일이나 물건 따위가 완전히 망가져서 도무지 손을 쓸 수 없게 된 상태'를 얘기할 때 '절딴나다''절단나다''결단나다' 등을 흔히 쓰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까딱 잘못하다간 나라 경제가 완전히 절딴나겠는걸."

"노약자나 어린이 등은 이 버튼을 절대로 누르지 마십시오. 누르면 절단납니다."

"파업을 며칠 한다고 회사가 결단나는 것은 아니다. "

"곳간에 쥐가 든 게 틀림없다. 가만 두었다가는 물건을 결단낼 터이니 쫓아버려야겠구나."

이런 경우에는 '결딴나다''결딴내다'를 써야 맞다.'결딴내다'는 '결딴나다'의 사동사다. '결딴'은 "네가 이젠 집안을 아주 결딴내려고 작정했구나"에서 보듯 '살림이 망하여 거덜난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결단(決斷)'은 '결정적인 판단을 하거나 단정을 내림' 또는 '그런 판단이나 단정'을 의미한다. '결단'과 '결딴'이 모두 [결딴]으로 발음되기 때문에 이 둘을 혼동해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로의 뜻이 전혀 다르므로 잘 구별해 써야 한다.

"우리는 국가적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비상한 각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사장의 결단력 부족으로 투자할 시기를 놓쳐 회사가 아주 결딴났다."

"아이가 장난감을 집어 던져 결딴냈다."

모든 일에는 시점(timing)이 중요하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우유부단해 실기(失機)하면 모든 일이 결딴나고 만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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