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마찰 감정으론 못 풀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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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작년10월 미 브리스톨마이어제약회사는 동아제약을 상대로 특허권침해를 이유로 미통상법 301조를 걸어 제소했었다. 그들은 또 국내업계가 신규수입된 약품에 대해 안전도검사기간을 3년으로 묶어 이 기간중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고도 트집(?)을 잡았다.
그러나 우리업계와 정부측의 논리적인 반박자료에 굴복, 지난달 13일 USTR (미무역대표부) 는 이 제소를 취하했다. 301조에 의해 제소되었다가 통상대표부에 의해 제소가 취하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일을 위해 현지에서 미제약업계와 USTR를 상대로 국내업계의 변호를 맡았던 재미통상문제 전문변호사 김석한씨를 만나 이번 일의 뒷얘기와 앞으로 국내업계가 대미통상 마찰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지 의견을 들어보았다.
-어떤 내용의 반박자료를 냈기에 USTR가 굴복했는가.
▲브리스톨 마이어사의 주장은 겉보기엔 상당히 그럴싸해 보였다. 그러나 미제약업계의 실태를 알아본 즉 얘기는 달랐다. 그들은 외국에서 수입된 약에 대해서는 안전도검사기간을 적어도 5년에서 길면 10년까지 두는 것이었다.
이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자료를 준비, USTR에 제출했더니 한국에서의 3년기간은 불공정무역행위에 해당되지 않으며 고의적인 특허침해행위도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미업계의 청원서를 기각하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USTR의 결정은 아무래도 미업계의 주장에 쏠리게 마련이다. 그들이 미업계측의 주장에 대해 사실여부를 가리는 노력을 안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계가 있는 법이다. 이때 우리 업계가 가만히 있으면 꼼짝없이 당하게 된다. 이번 사건은 그들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점을 사실과 논리에 입각, 명백하게 지적한데서 얻은 승리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USTR측은 어떤 변화라도 보이고 있는가.
▲자국업체의 얘기만 듣다보면 망신당하기 쉽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이에 USTR는 301조발동을 검토하기전에 305조를 활용, 피제소업체의 사정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305조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301조에 의해 제소된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그 나라에 관련자료를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일로 미통상대표부는 현재 제소돼 있는 각국의 특허권분쟁문제와 관련, 305조에 입각, 상대국에 실태파악을 위한 자료요청을 오는 9월께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우리 측의 현실적 입장을 미측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해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달부터 양담배가격이 대폭 내려 전매공사가 덤핑제소에 나서는가 하면 국민들은 덤핑공세라고 비난하고 있는데….
▲문제를 너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나라마다 광고비·인건비 등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가격만을 비교, 덤핑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런 점을 따져보지 않은 현재로서는 덤핑인지 어쩐지 알 수 없다. 단지 덤핑이라고 주장할 때는 그쪽이 납득할 수 있는 명백한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광고 및 통신 등 각종 분야에 있어 통상마찰은 계속 일어날 전망인데….
▲통상마찰을 정치적인 힘을 빌어 해결하는 방법도 모색해 볼만하다. 미국내의 한국지지세력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자동차·전자·의류 등 한국상품판매상들의 경우 한국에 대한 미측의 통상압력을 원치않는 집단들이다. 이들을 규합, 대의회로비를 펴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또 통상문제와 관련, 우리가 양보한 것을 미국내에 널리 알려 한국이 자국이익만 챙기지 않는 나라임을 홍보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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