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영 방송사가 로마 건국 신화 ‘로물루스 형제와 늑대’가 들어간 이탈리아 프로 축구팀 로고에 모자이크 처리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이란 국영 TV는 지난 4일 밤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바르셀로나와 AS로마의 16강전을 보여주던 중 AS로마의 로고 속 암늑대의 젖을 흐릿하게 처리했다.
출산 직후 아이들이 살해당할 것을 두려워한 어머니에게서 버려진 뒤 늑대 젖을 먹고 자란 쌍둥이 형제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로마를 세웠다는 것이 로마의 건국 신화의 내용이다.
로마를 연고지로 한 AS로마 역시 수년 전부터 이 건국 신화를 표현한 그림을 팀을 상징하는 로고로 사용하고 있다.
방송사는 해당 검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모자이크 처리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은 “우리는 로마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자랑스럽다”며 이란 당국의 검열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덴마크에서 활동하는 이란의 스포츠 기자인 매흐디로스탐푸르 역시 “3000년 동안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엄마 젖을 빼앗겼는데, 이제 이란 국영 TV는 그들에게서 늑대의 젖마저 박탈했다”고 비꼬았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