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낙관파의 장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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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준결승 3국> ●·안국현 8단 ○·탕웨이싱 9단 

5보(69~79)=자신의 바둑 스타일이 ‘낙관파’라고 밝힌 안국현 8단은 실제로 만나봐도 긍정적이고 여유가 넘치는 성격이다. 고향은 충북 진천인데, 서울에 올라와서 생활한 지가 꽤 오래됐는데도 여전히 느릿느릿한 충청도 특유의 분위기가 남아 있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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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8단은 자신의 바둑 스타일에 대해 “나는 바둑을 둘 때 내 집을 실제보다 더 많이 세고, 상대 집을 적게 세는 경향이 있다. 그러고는 내가 유리하다고 혼자 속으로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낙관파라서 바둑에서 손해 본 적은 없느냐고 묻자 “물론 형세 판단을 정확히 못해서 손해 볼 때도 있지만, 상대가 나의 여유 있는 태도를 보고 당황해서 실수할 때도 있으니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고 말하며 해맑게 웃었다.

73은 낙관파가 아니라도 누구나 꼭 두고 싶은 매력적인 자리. 탕웨이싱 9단은 73을 한 번 힐끔 쳐다보더니 바로 74로 하변을 깊숙하게 침투했다. 73에 바로 대응하는 것보다는 하변 흑집을 깨는 게 급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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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은 하변을 적당히 수습하고 79로 상변을 응징했는데, 탕웨이싱 9단은 순간 바로 74를 둔 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만약 ‘참고도’처럼 백1로 하나 받아둔 다음 백3으로 하변에 들어왔다면 실전처럼 상변이 와장창 깨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별거 아닌 거 같아 보이는 한 수의 가치가 이렇게 소중하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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