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실탄 사격, 팔 가자지구서 최소 17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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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과 충돌이 발생하자 팔레스타인 시위 참가자가 돌을 던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과 충돌이 발생하자 팔레스타인 시위 참가자가 돌을 던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위대에 대한 무력진압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실탄 발사로 최소 17명이 숨지고 1400여 명이 부상했다. 2014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50일 전쟁' 이후 사상자 규모로는 최대다.

부상자도 1400명…2014년 50일 전쟁 후 사상자 최대 #5월까지 6주간 귀환 행진 이어져 갈등 고조 예상 #유엔 안보리 독립 조사 결의안 미국 반대로 무산 위기 #

 팔레스타인 주민 수천 명은 지난달 30일 '땅의 날'(Land Day)을 맞아 가자지구 접경지대 5곳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이스라엘 쪽으로 행진했다. 땅의 날은 이스라엘의 영토 몰수에 항의하던 팔레스타인인 6명이 1976년 무력진압으로 숨진 사건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다.

이스라엘 군이 최루탄을 발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 군이 최루탄을 발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시위 전부터 탱크와 저격병 100여 명을 접경지대에 배치한 이스라엘군은 시위대에 무력을 행사했다. 사상자 중 750여 명이 실탄 사격에 따른 것이라고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16세 소년도 포함됐고, 고무로 코팅된 철탄뿐 아니라 드론으로 살포한 최루 가스 흡입에 따른 부상자도 속출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 건국으로 조상의 땅을 빼앗겨 70만 명 가량이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5월 15일까지 6주간 ‘대 귀환 행진’ 행사를 벌이고 있다. 당초 팔레스타인 측은 평화로운 시위를 표방했지만, 이스라엘군과의 유혈 충돌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측에서 공개적으로 보복 의사를 밝히고 있어 추가 충돌이 예상된다.

'땅의 날'을 맞아 시위에 참여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과의 충돌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땅의 날'을 맞아 시위에 참여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과의 충돌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AP=연합뉴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달 31일 이스라엘-가자 접경지대에서 발생한 유혈 충돌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이스라엘군이 실탄을 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하는 성명 초안을 작성했다. 여기에는 팔레스타인 측의 평화로운 시위 권리를 재확인하고 민간인 보호를 포함한 국제 인권법을 존중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이의를 제기해 무산 위기에 놓였다. 팔레스타인은 미국 측이 이스라엘의 적대 행위를 독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스라엘 측은 사망한 이들 중 최소 8명이 하마스 대원이며 다른 2명도 무장단체 조직원이라고 주장했다. 시위대가 군시설 보호지역을 침범했고, 보안장벽에 화염병 등을 던져 주동자에게 발포했다고 해명했다.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가며을 쓰고 최루가스 사이에 서 있다. [EPA=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가며을 쓰고 최루가스 사이에 서 있다. [EPA=연합뉴스]

 하마스는 이에 대해 “숨진 하마스 대원들은 다른 시위 참가자들과 함께 비무장 상태로 행진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보안장벽 인근에서 시위를 벌인 것은 과거에도 있던 일이어서 이스라엘의 실탄 사격에 대해 과잉 대응이라는 반응이 유럽연합(EU) 등에서도 나오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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