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서부지검 자진출두…검찰 소환통보 하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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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비서와 자신이 설립한 연구소 여직원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가 9일 오후 5시 검찰에 출두했다.

정무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출석할 예정인 9일 오후 취재진이 서울서부지검에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무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출석할 예정인 9일 오후 취재진이 서울서부지검에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전 지사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지난 5일 김지은(33)씨가 성폭행을 폭로한 지 나흘 만이다.

안 전 지사 측 "상처받은 분과 국민, 도민께 사죄하는 길" #법조계 "고소사건에서 자진출두 이해할 수 없는 일" 설명

안 전 지사 측근인 신형철 전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3시39분 “안희정 전 지사는 오후 5시 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합니다. 상처받은 분들과 충남도민, 그리고 국민께 사죄드리는 길은 하루라도 빨리 수사에 협조해서 법의 처분을 받는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라는 문자를 기자들에게 보내왔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고소사건에서 검찰의 소환통보나 검찰과 변호인간 사전조율 없이 출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안 전 지사 측에 소환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무비서 성폭행 폭로와 관련해 8일 충남도청에서 입장 발표를 하려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취재진이 단상에 놓여있는 방송용 오디오를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무비서 성폭행 폭로와 관련해 8일 충남도청에서 입장 발표를 하려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취재진이 단상에 놓여있는 방송용 오디오를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안 전 지사 측이 북미대화 가능성 등 대형 이슈에 편승해 이른바 ‘물타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지은씨가 제출한)고소장에 피해 내용이 기재돼 있지만, 고소인을 조사한 뒤 피고소인을 부르는 게 순서”라며 “안 지사가 출두하더라도 검찰이 조사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안 전 지사는 지난 8일 충남도청에서 갖기로 했던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오후 3시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불과 2시간 앞두고서다. 신 전 비서실장은 이런 내용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달했다.

지난 5일 정무비서의 성폭행 폭로 이후 닷새째 문이 잠긴 충남도지사 집무실과 비서실. 신진호 기자

지난 5일 정무비서의 성폭행 폭로 이후 닷새째 문이 잠긴 충남도지사 집무실과 비서실. 신진호 기자

안 전 지사는 취소 이유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국민 여러분, 충남도민 여러분 앞에서 머리 숙여 사죄드리고자 했다”며 “모든 분이 신속한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이른 시일 내에 출석,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국민 앞에 속죄하는 우선적 의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듭 사죄드린다.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달라.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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