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료지원은 「특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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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5년째 실시돼오고 있는 제도로서 「문예지 원고료 지원」이라는 것이 있다. 유신직후인 74년부터 문예진흥정책의 일환으로 문인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킨다는 명분아래 실시되기 시작한 이 제도는 특정한 문예지에 원고료의 일부를 보조하는 형식으로 지금까지 모두 33억5천만원이 지급됐으며 금년도 책정액만도 약 6억4천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실시되는 과정에서 지원금이 문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있지 않고, 지원금이 문예지 운영자금으로 전용됐다는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어느 사이엔가 이 제도가 전체 문인을 위해 존재해 있는 것이 아니라 원고료를 지원받고 있는 특정 문예지들을 위해 존재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일반적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러한 인식의 근거는 다음의 몇 가지 사실에서 연유한다.
첫째는 원고료 지원대상 문예지의 선정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문예지들도 상당수에 이르고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지원고료가 매년 증액되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문예지 자체의 고료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원고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지원받는 문예지의 자체고료와 일반문예지 고료의 격차는 1대3에서 1대5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세째는 고료지원이 전체문인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킨다는 명분아래 마련된 것임에도 지원받은 문예지 나름의 필자선호로 막상 혜택을 받는 문인들은 극히 제한된 숫자라는 점이다. 문단인구를 3천명으로 추산할 때 이들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함으로써 혜택을 받는 문인은 그 6분의 1인 5백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문단의 이와 같은 일반적 인식 때문에 문예지에 대한 고료지원은 일종의「특혜」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실제로 문예지의 발행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문예지의 부가가치가 고료지원여부에 의해 크게 좌우되어 고료지원을 받는 문예지의 프리미엄이 수천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이젠 감춰져야할 얘기가 아니다.
이러한 사실 하나만으로 미루어보더라도 정부의 문예진흥정책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는 문예지에 대한 원고료 지원이 과연 문인을 위한 것인가, 문예지를 위한 것인가 명백해진다. 뿐만 아니라 고료지원이 오히려 문예지의 제작에 임하는 태도를 안이하게 해 수준을 크게 높여가는데 장애요소가 되고 있으며, 이것이 경영적인 측면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제6 공화국이 출범한 이래 출판자유화 조치로 문예지는 계속 증가해가는 추세다. 「문예지 발행을 상업적인 측면에서 받아들이지 말아달라」는 종래 문예지 측의 하소연(?)은 이제 먹혀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문인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문예지들은 필요없기 때문이다.
문예지들 간에도 「피나는 경쟁」이 불가피 해졌다면 고료지원이 특정한 몇몇 문예지에 대한 「특혜」로 작용한다는 것은 불공평하다. 문예진흥정책이라는 명분이 부끄럽게 된다.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뒤늦게나마 고료지원의 이같은 문제점에 착안한 모양이다. 범문단인을 대상으로 문예지 원고료 지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이 제도의 보다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리라 한다. 잘 하는 일이다.
전체 문단인구에 비해 큰 액수라 할 수는 없지만 문인 누구나 수긍하는 방향으로 정착될때 문학발전을 위해서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규웅(중앙일보 출판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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