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역할 다했다 … 정부 아닌 국회가 개헌 주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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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장집(75) 고려대 명예교수는 “현행 대통령 중심제에선 의회나 사법부 등 제도권 내 장치로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대규모 촛불집회를 통해야만 전제정(専制政, 독재)화된 대통령의 권력을 겨우 제어할 정도로 권한이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10일) 1주년을 앞둔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제도 밖에서 들고일어나 탄핵을 통해 법치를 회복시킨 것이 촛불집회”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장집, 탄핵 1주년 인터뷰

최 교수는 “지난 보수 정부는 야당과 비판 세력을 완전히 배제했는데 이는 민주주의가 아니었다”며 “의회나 사법부가 대통령을 견제해 이런 퇴행을 바로잡아야 했지만 그 역할을 못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촛불집회가 민주주의 복원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이후엔 보수 정당과 세력을 붕괴시켰다”며 “힘의 균형이 기울어 한쪽 세력을 압도하는 상태 또한 잠재적인 위험”이라고 했다.

그는 여권이 추진하는 개헌에 대해 “촛불집회가 개헌 논의로 이어진 것이지만, 집회에서 분출된 요구를 개헌에 모두 담으려 하고 있다”며 “정부가 제헌에 가까운 개헌을 추진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 추진 방식에 대해 “의도했든 아니든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으로, 민주적이라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개헌의 초점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완화하기 위한 권력 구조 및 선거제 개편에 맞춰져야 한다”며 “국회가 중심이 된 개헌이 아니라면 개헌을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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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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