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 허위 신고 구청 직원이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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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부동산 실거래가의 허위 신고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신고 내역을 직접 조사할 수 있게 된다.

건설교통부는 실거래가 신고제가 명시된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 신고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상반기 중 지자체 공무원에게 실거래가 신고 조사권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26일 발표했다. 건교부는 올 1월부터 실거래가 신고제가 시행됐지만 지자체 담당자에게 조사권이 없어 허위 신고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실거래가 신고를 받은 지자체 담당자는 입출금 내역이 명기된 은행 통장 등 금융거래내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또 신고자가 급매물로 부동산을 팔았다고 주장할 경우 담당자는 회사 내 타 지역 근무 발령 등 급매의 원인을 신고자가 입증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신고자가 담당자의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허위 신고로 간주돼 해당 지자체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현재 양도소득세를 적게 내기 위해 실거래가를 낮춰 신고했다가 적발되면 지자체는 취득세의 세 배 이내에서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그러나 지자체 공무원에게 허위신고를 입증할 조사권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과태료 부과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서울의 경우 서울시 단속반이 한 건의 허위 신고를 적발한 것을 제외하곤 지자체가 직접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없었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는 "건교부의 실거래가 검증 프로그램을 사용해보면 신고의 10%가량이 적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며 "하지만 아무런 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건교부 김흥진 부동산정보분석팀장은 "허위 신고를 입증할 자료가 마땅치 않다 보니 지자체가 과태료 부과에 적극적이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조사권이 부여돼 과태료 부과가 쉬워지면 실거래가 신고제가 보다 빨리 정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양도일 기준으로 2~3개월 뒤 양도소득세 신고가 접수되면 허위 신고를 조사하게 되지만 이에 앞서 지자체에서 먼저 허위 여부를 걸러주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게 건교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조사권이 부여되더라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현재 인력으로는 일일이 실거래가 신고 내역을 살펴본 뒤 신고자에게 입증자료를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조사권이 주어지더라도 국세청에 과태료 부과 책임을 미룰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또 신고자가 급매물로 부동산을 싸게 팔았다고 주장할 경우 개별 사정의 입증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고, 거래 당사자들이 현금을 주고 받는 등 거래내역을 짜맞추면 이를 확인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건교부는 1~2월 실거래가 신고 가운데 5% 정도가 부적정한 것으로 추정돼 국세청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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