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 폭탄'에 일본도 반발…“미국 고용에도 영향 미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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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품창고에 제품들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지난 2일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품창고에 제품들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발표에 일격을 당한 일본이 대응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전면전을 선포한 유럽연합(EU)·중국과 달리 일단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세코 경산성 장관, 로스 상무부 장관과 통화 #"일본의 수출, 미 안보에 영향 안 미친다" #'미국 우선주의'서 일본에 예외 아닌 것 보여줘 #EU가 WTO 제소 시 일본도 나설 것이란 시각도 #

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이 3일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에게 전화로 관세 인상 방침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과 통화에서 미국이 수입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려는데 대해 강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과 통화에서 미국이 수입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려는데 대해 강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문에 따르면 세코 경제상은 전화회담에서 “동맹국인 일본의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은 (미국의) 안전보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일본 측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철강은 일본 기업뿐 아니라 미국 기업에도 꼭 필요한 것이어서 미국의 고용에도 영향을 준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로스 측 장관의 반응은 전해지지 않았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폭탄’을 예고한 이래 일본은 내심 “예외국” 처우를 받기를 고대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한 철강·알루미늄 안보영향 보고서에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중 일본이 바란 것은 한국·중국 등 12개국에 대한 53% 관세 부과안이었다.
동맹국인 일본은 유럽의 동맹인 독일 등과 함께 관세 폭탄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시나리오였다.

이런 기대의 바탕은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이후 미·일 양국이 대북 공동 대응 등 안보 측면에서 한몸처럼 움직여온 데 대한 자신감이었다.
양국 정상은 서로 이름을 부르며 수시로 장시간 전화 협의를 할 만큼 가까운 관계를 형성한 터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서 예외를 두지 않았다.
안보는 안보, 경제는 경제라는 점을 이번 발표로 더욱 명확히 표현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앞)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5일 오후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에서 서로 주먹을 맞대는 인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2월에 이어 두 번째 골프 회동을 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앞)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5일 오후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에서 서로 주먹을 맞대는 인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2월에 이어 두 번째 골프 회동을 했다. [연합뉴스]

그래서 일각에선 수면 아래에 있는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도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카드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재작년 대선 때 동맹국이 헐값에 미군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무임승차론’을 내세우며 방위비 인상을 강력히 주장했었다.
‘동맹의 가치’를 앞세운 국무부와 국방부의 설득으로 보류된 이 카드가 언제 되살아날지 모른다는 시각이다.

일본 정부는 EU 등 관련국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경산성 관계자는 “(미국의 폭탄 관세는) 세계무역기구(WTO) 룰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며 “WTO 룰은 안보를 이유로 한 무역 제한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번 조치의 경우 ‘다소 무리한 해석’”이라고 닛케이에 말했다.
일본 정부는 WTO 제소에 대해선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지만, EU가 제소에 나설 경우 일본도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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