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앱 유통시장서 경쟁 환경 조성이 필요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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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고 진 한국무선인터넷 산업연합회 회장

고 진 한국무선인터넷 산업연합회 회장

지난해 앱애니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앱 사용시간은 월 200시간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며 그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앱의 유통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perating System)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안드로이드 비중이 높아 구글이 사실상 앱 유통을 지배하는 위치에 있고, 국내 사업자로는 원스토어가 경쟁을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경쟁 활성화 관점에서 볼 때 사실상 앱 유통을 구글이 지배하는 독점적 시장이라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구글이 앱 제공업체들의 수수료를 조정한다거나 갑자기 정책을 바꾸어 앱 유통을 중단할 경우 피해가 막대하게 됨은 물론이고 대안도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앱을 제공하는 업체들은 구글의 눈치를 보기 바쁘고 항간에는 ‘구느님’이라는 말까지 있다고 하니 씁쓸하기까지 하다. 앱 유통시장의 심각한 편중현상은 플랫폼 사업자, 앱 공급업체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이 관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해야 해결할 수 있다.

우선 구글의 경우 우리나라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고, 안드로이드 앱 마켓의 거의 90%를 차지하는 기업으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 온당한 일이다. 시장지배력을 활용해서 특정 게임을 독점한다든가, 경쟁 앱 마켓에 게임을 공급할 경우 불이익을 준다든가 하는 의혹에 대해서는 분명한 설명과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참여자는 게임회사들이다. 특히 자금력도 풍부한 유력 게임사들의 경우 신규 게임을 국내 로컬 앱 마켓에도 같이 출시하는 등 국내시장 발전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원스토어의 발표에 따르면 구글 앱마켓과 원스토어에 공히 출시된 게임의 경우 평균적으로 4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하니, 유력 게임사들이 신규 게임을 두 마켓에 동시에 출시한다면 경쟁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원스토어도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공급자들에게도 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끝으로 앱 유통시장을 활성화하고 공정경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로 다양한 시장참여자들이 모두 모여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정부는 시장을 감시, 감독하고 산업의 진흥을 고민하는 입장에서 앱 유통시장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앱 유통시장의 경쟁 활성화 정도를 평가해보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는 한편, 불법 위법이 있다면 처벌하고 필요하면 규제 도입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고 진 한국무선인터넷 산업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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