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해 차익 남긴 금감원 직원, 징계 없이 지방 발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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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암호화폐를 거래해 투자원금의 50% 이상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난 국무조정실 파견 직원에 대해 별도의 징계 없이 지방 발령을 내기로 했다. [중앙포토]

금융감독원이 암호화폐를 거래해 투자원금의 50% 이상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드러난 국무조정실 파견 직원에 대해 별도의 징계 없이 지방 발령을 내기로 했다. [중앙포토]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암호화폐 투자로 수백만원의 차익을 남긴 직원을 징계 조치 없이 지역사무소로 발령 낸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 “내부정보 이용 정황 없어 #여론 고려해 불이익 준 것”

금감원은 7일 발표한 팀장급 이하 인사에서 해당 직원 A씨를 지방으로 발령 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직원이 파견됐던 국무조정실의 간부가 암호화폐 규제 관련 직무에 대한 이해를 위해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밝혀졌고, 조사 결과 내부정보를 이용한 정황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국무조정실로 파견된 선임급(일반기업의 대리급) 직원 A씨는 지난해 7월 약 1300만원을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가 12월 11일 보유량의 절반 이상을 매도해 700여만 원의 차익을 챙겼다. 국무조정실은 이틀 뒤 미성년자 거래를 금지하고 과세를 검토하는 내용의 암호화폐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A씨는 국무조정실 내에서도 암호화폐 태스크포스(TF)를 담당하는 부서 소속이었다. 이 때문에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암호화폐를 매매해 차익을 낸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A씨는 금감원 조사에서 “관련 직무를 위해 국무조정실 관계자들과 협의한 뒤 거래를 시작했고, 내부 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암호화폐 규제책을 마련하고 불법행위를 단속해야 하는 금감원 직원이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여론의 비판을 무시할 수 없어 이 직원에게 지방발령의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A씨는 시세차익을 거둔 수익금과 일부 원금의 기부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논란이 될 행위를 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어 조직 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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