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탈북자와 천안함 찾기로 … “북한 가식 세계에 알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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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올림픽 참석차 한국과 일본 방문길에 오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또다시 강력한 대북 압박 메시지를 발신했다.

순방길 오르며 대북 강경 메시지 #북 공연단 ‘매력공세’ 무력화 의도 #미, 남북 일방적 대화 제동 분위기 #WSJ “한국, 미국 모르게 대화 결정” #만경봉호 5·24조치 면제도 떨떠름

펜스 부통령은 5일(현지시간) 중간 기착지인 알래스카에서 기자들에게 “올림픽팀과 관련해 남북 간에 어떤 협력이 존재하든 간에, 그것이 국제사회에서 계속 고립돼야 하는 북한 정권의 실상을 가리지 못하도록 확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 중 북한 측과의 만남 가능성과 관련, “만약 북한 측 관리와 만나게 되더라도 그동안 공개적으로 표명해 왔던 내용과 같은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야욕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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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러드 에이건 부통령 공보국장도 앞서 “북한의 선전 도구들이 올림픽 메시지를 납치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부통령은 올림픽 기간 북한의 모든 행동이 북한 내 억압적인 현실을 위장하는 가식임을 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북한의 응원단·공연단의 ‘매력 공세(Charm offensive)’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펜스 부통령의 주요 방문 목적이라는 의미다.

백악관 관계자도 이날 펜스 부통령의 출국에 대한 전화 브리핑에서 “단순히 개막식 (테이프 커팅용) 리본을 자르러 가야 한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의 미디어를 활용한 올림픽 선전 전술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현실을 강조하기 위해 모든 기회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김정은 체제의 잔혹 행위들을 적극 부각시킬 방침이다. 북한의 헌법상 수반인 김영남 위원장이 참석하는 9일 올림픽 개막식에 지난해 6월 북한에서 식물인간 상태로 풀려난 후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를 자신의 특별 게스트로 초청했다.

펜스 부통령은 또 개막식이 열리는 평창으로 가기 직전 탈북자들과 만나 평택 2함대 사령부의 천안함을 방문할 예정이다. 2010년 3월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해군 46 용사들과 함께 폭침한 천안함 선체를 북한 인권 문제의 또 다른 상징인 탈북자들과 방문해 북한의 잔악성을 보이겠다는 뜻이다.

미국의 이 같은 강경 자세는 미국과 협의 없이 평양과 남북 대화에 속도를 높이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과 맞닿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 대화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한국, 남북 대화 미국 모르게 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남북 대화 제의에 문재인 대통령과 최고위 보좌관들은 신속하게 회의를 소집해 긍정적 답변을 준비하면서 미국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며 “발표에 앞서 불과 몇 시간 전에 통보했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양국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갑작스러운 북한의 대남 접근과 한국의 수용은 서울과 워싱턴에 긴장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은 한국 정부가 천안함 폭침 사태에 따른 5·24 조치를 면제해 북한 예술단원들이 탄 만경봉 92호의 입항을 허용한 데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카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태담당 대변인은 미 국무부의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에 “독자 제재를 면제하는 결정을 한 한국 정부에 문의할 사안”이라고 답변을 피했다.

◆CNN “이방카, 폐막식 참석”=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미국 CNN방송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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