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생활 김가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오늘은 내가 문학회의 월례회에 참석하는 날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그리도 귀찮기만 하던 나들이가 요즘에 와선 밋밋한 삶에 윤기를 주고 있다.
작년 봄부터 주부클럽 부산지부 여성문학당에 가입하여 그 회원들이 이끄는 글 모임에 나가는 일이 월1회, 그밖에도 문학강좌다, 교양강좌다 해서 한 달에 서너 번씩은 외출을 한다.
특히 글 모임에 나가는 날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바빠져 며칠 전부터 부산을 떤다. 모처럼 시와 소설을 이야기하며 문학적인 분위기에 젖어보는 낭만은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또한 여러 사람을 만나 그 나름대로 살아가는 생활방식·신조를 듣는 것은 자신을 성찰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때론 단체생활을 잘 이끌어나갈 수 없는 문제에 부닥칠 때 서로 이해하며 협조하는 우애도 맛볼 수 있고 집안에서 일어나는 자질구레한 일에 신경 쓰던 좁은 시선과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좀더 폭넓게 시야를 돌릴 수 있어 더욱 즐겁다.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끼게되는 것이다.
모임이 있는 날은 아침부터 소란을 피우며 목욕을 하고 미장원에도 간다. 이옷 저옷 꺼내 다림질을 해 입고 부산을 떠는 나를 보고 그이는 말한다.
『예전엔 전혀 모양새에 신경을 쓰지 않더니 어떻게 된 거 아니야….』남편은 너털웃음을 웃으며 색다른(?)시선을 주곤 하는데 그것이 노상 싫지도 않다. 문학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로 글쓰는 어려움도 털어놓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나이를 초월한 벗이 된다. 더구나 작품집 출간이 회원 모두의 꿈이었는데 그 일이 예상보다 훨씬 수월하게 진척되고 있어 요즈음 모두들 기쁨에 들떠있다.
집에 돌아오면 열심히 살림도 하고 틈틈이 마음의 거울을 닦는 부지런한 회원들과의 이런 만남과 나눔은 느슨해졌던 내 생활을 한결 생기 있고 밝은 음향으로 조율해주는 것이다.<부산시 남구 망미1동438외45>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