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900 돌파 앞뒀지만 ‘셀트리온 3형제’ 빼면 600대 제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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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900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2002년 이후 16년 만의 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셀트리온 3형제’ 효과를 뺀 지수는 여전히 600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890대 거래 중, 900대 넘봐 #활성화 대책 효과로 1000 돌파 전망도 #‘셀트리온 3형제’ 효과 제외 지수 600대 #지난해 코스피와 같은 쏠림 현상 그대로

16일 코스닥은 하루 전보다 0.27%(2.38포인트) 내린 889.23으로 출발했다. 시장에서 코스닥의 급격한 상승, 890 돌파에 따른 피로감을 걱정하던 것도 잠시. 지수는 개장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위로 방향을 다시 틀었다. 오전 10시 30분 현재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0.54%(4.79포인트) 상승한 896.40에 거래되고 있다. 900선 돌파까지 채 5포인트도 남지 않았다.

코스닥 지수가 9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중앙DB]

코스닥 지수가 9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중앙DB]

900 돌파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확신으로 바뀌는 중이다. 코스닥 1000시대 진입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한국투자증권은 코스닥 목표 지수를 1070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초 이 회사는 올해 코스닥 목표 지수를 880으로 잡아 발표했다. 하지만 코스닥 지수는 이미 880선을 넘어서 900대를 넘보는 중이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증시 강세와 코스닥 활성화 대책 등이 코스닥 투자 심리를 제고하고 있다”며 “올해 기업 이익이 10% 증가할 시 코스닥 지수는 네 자릿수 대에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방안’은 코스닥 지수 상승세 기름을 부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에서 정부 정책 모멘텀 효과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며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코스닥의 상승세가 나타난다”고 짚었다. 코스닥 시장의 ‘판’도 커졌다. 임수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1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조6000억원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코스닥은 900대에 바짝 다가섰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명 ‘셀트리온 3형제’라고 불리는 셀트리온ㆍ셀트리온헬스케어ㆍ셀트리온제약 중심의 상승세라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 계열 3사를 제외한 코스닥 지수는 15일 기준 698.70에 불과하다. 현 코스닥 지수(891.61) 가운데 192.91포인트는 ‘셀트리온 3형제’ 효과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 한 곳만 제외하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769.28로 900은커녕 800 문턱도 아직 넘지 못했다.

셀트리온 관련주가 급등하며 코스닥 지수를 끌어올렸다. 셀트리온 시설 내부. [중앙포토]

셀트리온 관련주가 급등하며 코스닥 지수를 끌어올렸다. 셀트리온 시설 내부. [중앙포토]

코스닥 같은 주가지수는 해당 지수가 출범했을 당시의 시가총액을 1000(코스피는 100)으로 두고 지금의 시가총액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보여준다. 셀트리온(42조933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21조1220억원), 셀트리온제약(3조650억원) 모두를 더한 시가총액은 67조원이 넘는다. 전체 코스닥 시가총액(350억9650억원) 가운데 5분의 1이 ‘셀트리온 3형제’ 차지다. 최근 코스닥 지수 상승세를 주도한 것도 이들 기업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착시 효과’ 논란이 일었던 코스피와 비슷한 쏠림 현상이 코스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코스닥 900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훈기가 모든 종목에 돌아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15일 코스닥 시장에선 오른 종목(564개)보다 내린 종목(614개)이 더 많았다. 2500선에서 제자리걸음 중인 코스피 시장(상승 382개, 하락 441개)과 별다를 게 없는 성적이다.

그래서 증권업계는 초읽기에 들어간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상장을 큰 변수로 본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주(8~12일) 코스닥은 5.4%, 코스닥 150지수는 10.9% 상승률을 각각 기록했다”면서도 “셀트리온 그룹주를 제외하면 각각 0.2%, 1.5% 상승했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상장지수펀드(ETF) 차익 실현 매물 출회가 섹터 간, 종목 간 수익률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이전 사례를 본다면 코스닥이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라면서도 “현재 코스닥의 연이은 상승 랠리와 바이오 업종으로의 쏠림 등을 고려했을 때 일시적인 조정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망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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