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환씨 귀국 전 전대통령이 직접 종용"|노대통령 "韓日은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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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음악재능에 서로 찬사>
○…노태우 대통령은 21일 오후 「우노·소스케」(宇野宗佑) 일본외상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일 양국이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라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양국 간 교류확대와 우호증진을 강조.
노대통령은 「우노」 외상이 이날 한일 외무장관회담에서 양국 주재특파원을 15명에서 30명씩으로 늘리기로한 것은 노대통령의 배려 덕분이라며 사의를 표하자 『특파원 수의 배가는 양국 국민간의 친밀감을 배가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언급.
노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노」 외상에게 『내가 듣기에는 피아노를 잘 치신다고 하는데 다음 올 때는 감상할 기회를 달라』고 주문했는데 「우노」 외상은 『이번 방한 중 제가 피아노를 치면서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은 조용필씨의 노래를 들어보는 즐거운 추억을 가질 수 있었다』면서 『노대통령께서 작곡과 작사를 손수 할 정도로 예술에 재능이 있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배울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화답.

<재임당시 전용기장 배정>
○…22일 방미 길에 오른 전두환 전대통령은 비행기 출발 35분전에 공항 귀빈실에 도착해 전-현직각료·고위공직자·민정당의원·외교사절 등 40여명의 환송객들과 잠시 환담.
전 전대통령은 민정당 공천에서 탈락된 권익현 민정당 고문에게 『이제 편안히 지내시겠군요. 지리산도 쫓아다니고 살도 빼시오』라고 했고 손제석 전 문교장관에게는 『실직을 해서 그런지 얼굴이 안 좋아 보인다』며 『쉴 때는 건강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당부.
전 전대통령이나 이날 환송객들은 아무도 전경환씨 사건 등 새마을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며 전 전대통령은 최근의 「불편한 심기」를 일체 내색하지 않았으나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은 표정.
이 날 공항 측은 일부 대학생들이 데모를 한다는 정보가 있어 외곽경비를 하는 등 대비했으나 별다른 일은 없었다.
이 날 공항에는 진의종·노신영·김정렬 전총리, 최광수 외무·김용갑 총무처·김윤환 정무장관, 이기백·손제석·이원홍·허문도·정관용·최동규 전 장관, 정희택 전 감사원장·장세동 전 안기부장, 이진우·이량우·강우혁 전 청와대수석, 채문식·권익현·심명보·이대정·이한동·정동성·김영귀·이룡택·김정례·이세기 의원, 「릴리」 주한미대사·「클보로」 주한 외교단장 등이 나와 환송.
한편 대한항공 측은 전 전대통령이 KAL026 정기편을 이용하게 되자 재임당시 대통령 전용기장이였던 명의창씨를 기장으로 배정했고 조중훈 회장이 공항에 나와 항공기 좌석까지 안내하는 등 세심한 배려.
이 날 비행기에는 좌석 1백41석 중 전 전대통령 일행 15명 외에 1백1명의 일반승객이 탑승.

<새마을 「분명한 대책」임박>
○… 「전경환사건」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여당은 어느 선에서 진정이 될지 주의 깊게 주시하고 있는데 내부적으로는 사법적 조치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들.
이미 이런 내부 협의는 전씨 귀국조치를 비롯, 대충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들인데 총선에 민정당이 승리하는데 절대 지장을 줘서는 안된다는게 정부·여당의 기본방침이라는 것.
전씨의 급거 귀국도 전두환 전대통령이 직접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직접 전화를 했는지, 아니면 특별한 정부채널을 통했는지 여부는 불명. 다만 한 소식통은 전씨가 형을 몹시 어려워한다고 전하고 『전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내고 잡아서라도 데려오라고 했다면 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 이와 관련, 채문식 대표위원은 『전경환씨의 「새마을」 문제는 비록 지난 일이라 하더라도 정부에서는 매우 깊이 있는 대처방안이 세워져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러한 조치는 빠른 시간 내에 행해질 것으로 들었다』고 말해 모종의 「분명한 대책」이 임박했음을 시사.
채대표는 『지난 토요일 전씨의 비밀출국이 알려진 후 당정협의를 통해 이 사건이 총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 조속히 매듭지어 줄 것을 정부측에 얘기했다』고 공개.
채대표는 『깊이 있는 조치란 전씨의 구속까지도 포함하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방법은 거론되지 않았다』며 언급을 회피.

<사퇴 메울 새인물 물색 고민>
○…민정당은 서울 중구에서 공천을 받았다 사퇴한 민관식씨에 이어 부산 동래 을의 박현견씨 (전 KBS사장)가 또 사퇴를 하자 이 같은 사태가 다른 지역에도 파급될까 전전긍긍.
박씨는 22일 아침 당직자 방에 들르지도 않고 곧장 기자실에 나타나 단 몇 줄의 사퇴이유서를 놓고 나가자 마침 도미하는 전두환 전대통령을 환송하러 나간 채문식 대표와 심명보 사무총장에게 카폰으로 연락하는 등 당에 남은 당직자들이 당황.
부산지역의 공천책임을 맡았던 유흥수 사무차장은 『사전에 타진할 때는 좋다고 해놓고 발표가 끝난 지금에 와서 못하겠다는 것은 공인으로서의 자세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뒤늦게 사람을 구하기도 힘든데…』라며 새인물 물색을 고민.

<통합실패 인책 정계은퇴>
○…「정계은퇴」의 배수진을 치고 야권대통합 노력에 진력해왔던 평민당의 이중재 전부총재는 야권통합이 결렬되자 22일 「정계일선을 물러서면서」라는 성명을 내고 당무위원 사퇴와 13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
이 전부총재는 성명에서 『대통령 선거 후 역사와 국민 앞에 다시는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는 일념으로 야권대통합을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면서 『이 모든 것이 나의 능력 부족과 부덕의 소치라고 믿고 책임을 통감,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고 심경을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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