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한국, 위안부 합의 성의를 갖고 실행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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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는 7일 한국의 위안부 조사 태스크포스(TK)의 보고서 발표 이후 촉발된 논란과 관련해 "우리(일본)는 이 합의에 따라 우리가 하기로 약속한 것을 성의를 갖고 실행해 나가고 있으니 한국측이 약속한 것은 성의를 갖고 실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NHK출연 "합의는 국가간의 약속"이라며 첫 공식언급 #남북 대화 "평가한다"면서도 "대화 위한 대화 안돼"고도

이날 오전 NHK의 '일요 토론' 프로에 출연한 아베 총리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양국 합의에 대해 잘못이 있었다고 말했는데,그 발언이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위안부 합의는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고, 동시에 국제사회가 높게 평가하고 있는 합의이기도 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 두 번째)가 4일 미에현 이세시에 있는 이세 신궁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 두 번째)가 4일 미에현 이세시에 있는 이세 신궁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총리가 지난달 27일 위안부 관련 보고서가 발표된 뒤 공개적인 석상에서 관련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 발표 직후 아베 총리가 "합의는 1mm(밀리미터)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참모들에게 말했다는 보도만 있었을 뿐이다. 아베 총리가 침묵을 지키는 대신 '오른팔'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기자 회견과 방송 프로그램 출연 등을 통해 "위안부 합의 논란은 한국 내부의 문제이니 내부에서 해결하라"거나,"합의는 1밀리미터도 안 움직인다"고 언급해왔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NHK 프로그램에서 남북 대화 재개 움직임에 대해 "북한이 (핵·미사일)정책을 바꾸도록 하기 위해 그동안 유엔 제재를 비롯해 모든 수단을 사용해 최대한의 압력을 높여왔고, 이는 북한이 대화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평창올림픽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자세를 북한이 보여줬다"며 "이런 변화는 (높게)평가한다"고 했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압력 강화를 주장해온 일본 정부 내부엔 남북 대화 재개를 떨떠름해하는 기류가 있지만, 아베 총리가 겉으로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먼저 앞세운 것이다.

아베 총리는 곧바로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지론을 또 꺼내 들었다. 그는 "1994년의 (제네바)합의, 2005년 북핵6자회담에서의 (9·19)합의처럼 북한이 합의를 짓밟고 시간을 벌었던 경험이 있다"며 "이제는 속을 여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완전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 방법으로 핵과 미사일 폐기를 약속하고, 이를 위해 구체적 행동을 취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래야 처음으로 의미가 있는 대화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 대화 재개를 일단 '평가'한다면서도 '대화를 위한 대화가 돼선 안된다'며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는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포기시키고, (일본인)납치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유엔 결의를 모든 국가가 이행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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