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열풍, 비이성적으로 과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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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암호화폐(가상통화)의 가격 폭등과 투기 양상에 대해 우려했다. 이 총재는 20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최근 전 세계적인 가상통화 열풍을 보면 금융완화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며 비이성적 과열도 일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 버블 뒤에는 저금리에 따른 신용 팽창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미 커진 금융 불균형이 더욱 쌓이고 위험자산 선호 경향이 장기간 지속한다면 그 이후에 어떤 형태로 조정이 이뤄질지에 대해 중앙은행이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 송년간담회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 미칠지 연구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볼 수 없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가상통화는 법정화폐로 보기는 곤란하고 주요국 중앙은행도 같은 견해”라며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정도의 가격 폭등과 투기적 모습에 모든 중앙은행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암호화폐) 규제 여부는 정부 관련 부처가 다루고 있다”며 “중앙은행 차원에서 가상통화가 본격 확산한다면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과 지급결제시스템, 금융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서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빚 부담에 대해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의 이자 부담 증대가 실물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거나 금융시스템에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임기 내 금리 인상을 한 소감에 대해서는 “국내 경제의 견실한 회복세에 따라 지난달 금리 인상은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수 있는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적절한 시기였다”고 밝혔다.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한 달이나 두 달 후 지표나 여건 변화를 계속 보고 그때 맞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올해 뜻깊었던 일로 한·중 통화스와프의 만기 연장과 캐나다와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을 꼽았다. 그는 “캐나다와의 통화 스와프 체결은 기축통화국과 맺은 계약으로 올해 한국은행이 거둔 가장 값진 성과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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