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권진규<10> 김 원(건축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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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그의 갑작스런 죽음은 어딘가 예측된 느낌이었다.
그가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삶에 종지부를 찍는 일을 결행했다는 소식은 나에게는 사방이 가라앉는 듯한 전율을 가져다주었다.
그와의 만남은 그가 대학에 두 학기동안 강의를 나오면서였다.
「자재화」라는 이름으로 조각의 기본데생을 가르쳤는데 어찌나 말이 없는 사람이었는지 대체 두 학기동안 어떤 얘기를 했는지 기억나는게 없다.
그의 일관된 침묵과 곧은 의지는 무작정 그를 좋아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실로 그의 작품들-이제 유작이라고 불리게 된것들을 볼 기회가 생긴 것은 그가 유명을 달리한지 실로 15년만의 일이다.
나는 그가 남긴 것들, 그에관해 쓰인 것들을 열심히 모아 읽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에 관해 쓴 것들은 거의 대부분 내가 생각했던 그의 내면 세계와는 거리가 있었다.
나에게는 그의 죽음이라는 것보다 마음 아픈일이었다.
나는 정말로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그의 이름, 기억되는 얼굴, 어쩌면 그것이 전부일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단정적으로 믿게되는 것이 있다.
그의 최종적인 행동, 그것은 그의 방황의 종장이기는 하지만 한 예술가로서 그에게 하나의 완성의 순간이었을 거라는 점이다.
그의 작품들에서, 특히·최후의 얼마동안에 만들어진 작품들에서 그것은 확연해진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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