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대규모 유상증자에 주가 급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지난 15일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미래에셋대우의 주가가 급락했다. 18일 하루 새 1만400원에서 9000원으로 13.46% 하락했다.

발행어음 인가 신청 발목잡히자 #IMA사업 가능한 ‘자본금 8조’ 목표

미래에셋대우의 유상증자는 자기자본 8조원짜리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되기 위한 조치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7월 금융 당국에 4조원 이상 증권사에 허용되는 발행어음 사업(단기 금융업) 인가 신청을 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로 발행어음 사업 인가에 발목 잡혔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정위의 조사 진행으로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심사가 보류될 것임을 금융 당국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공정위는 미래에셋 계열사가 블루마운틴 컨트리클럽(골프장), 포시즌스호텔 등을 보유한 미래에셋컨설팅에 일감을 몰아줬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48.63%)과 부인 김미경씨(10.24%) 등 박 회장 일가가 대부분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이런 이유로 미래에셋대우는 발행어음 사업을 건너뛰고 자기자본 8조원 증권사가 할 수 있는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로 가기로 했다. 9월 말 기준 미래에셋대우의 자본 규모는 7조3000억원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자본 증가 추세와 유상증자 규모를 고려하면 IMA 사업 조건인 8조원 자본 확충이 가능하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8조원 자기자본 조기 달성이 가능해짐에 따라 내년 초부터 IMA 업무 추진이 가능하다”며 “자본 규모는 내년 말 8조5000억원, 2019년 말 9조원 수준으로 지속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는 배당이 확정된 우선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채권 성격”이라며 “미래에셋대우가 배당금만 적절히 책정한다면 유상증자로 인한 ‘주당 가격 희석 효과(dilution)’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다만 “차후 공정위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정위가 미래에셋대우를 조사하는 핵심 원인은 지배구조 문제”라며 “미래에셋대우가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자본금 확충, IMA 인가 등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금융 당국이 사업 인가를 내줄지 시장에선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