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전기를 팝니다|한전, 소비촉진 책 찾기에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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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기가 많이 남아돌아 한전은 소비촉진 책 등 묘안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생산성이 낮아진 노후발전소는 과감히 가동 중지시키는가하면 가로등 밝게 켜기·심야전기료 대폭할인 등 온갖 대책을 마련중이다.
3저 현상에 따른 경제의 활성화로 지난해 전력수요가14%나 늘어났음에도 불구, 남아도는 전력 즉 전력예비율은 37·8%나 돼 적정수준인 10∼20%를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해 시간당 최대전기 공급능력은 1천5백21만1천㎾로 최대수요 1천1백3만9천㎾를 4백17만2천㎾나 앞질러 그만큼 전력이 남아도는 셈이다.
이는 시간당 1만㎾를 쓰는 소규모 공장 4백17개가 쓸 수 있는 전력에 해당된다.
전기가 이렇게 남아돌게 되자 일부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발선시설에 과투자했다는 비판을 하고 있는가 하면 앞으로의 발전소건설시기를 놓고 찬반토론이 일고있는 형편이다.
전력예비율이 적정선 보다 2∼4배나 높은 것은 정부당국의 수요예측이 잘못됐고 그 위에서 발전소건설투자를 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인체의 동맥과도 같은 전기는 경제발전과 비례해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발전소의 계속적인 건설은 불가피하나 엄청난 투자가 소요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요예측은 물론 건설 시기와 시설용량·발전형태 등에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것은 물론이다.
지난 61년 시간당 최대 30만6천㎾에 불과했던 국내 전력수요는 87년에는 무려 38배나 되는 1천1백3만9천㎾로 늘어났고 발전시설용량(87년 1천9백2만1천㎾)도 52배나 증가되었다.
이 과정에서 72년에는 전력예비율이 공급능력의 절반이 넘는 55·6%를 기록, 큰시비를 자아낸적도 있었다.
60년대 심한 전력부족현상을 겪었던 터라 정부는 잇단 경제개발5개년 계획 속에 많은 발전소를 건설,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는데는 성공했으나 시설용량 과다로 많은 전력이 남아돌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한동안 발전소건설을 중단하기도 했는데 경제가 크게 성장한 75년부터는 오히려 전력 예비율이 10%이하로 떨어져 대대적인 절전 캠페인까지 벌이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지난해 전력예비율이 46%로 다시 높아진 것은 전력부족을 우려한 정부가 충분한 수준으로 수요를 예측, 발전소건설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79년 제2차 석유파동 이후 급격하게 경기가 후퇴, 경제성장률이 당초 목표인 10%에 미달함으로써 전력수요도 예상보다 증가가 둔화된 것이다. 78년 당시 86년의 시간당 최대전력수요를 1천4백52만1천㎾로 예상했었으나 실제 68·3% 증가한 9백91만5천㎾에 그치고 말았다.
건설중인 발전소공사는 중단할 수 없는 데다 수요예측이 빗나가니 전력은 남아돌 수밖에 없는 일.
한전의 한 관계자는『경제의 상황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젓은 어느 누구도 힘들다. 반면에 발전소 건설은 최소한 5∼8년이 걸리기 때문에 다소의 시행착오는 각오해야 하며 미국·대만도 전력예비율이 35∼50%에 육박한다』고 말하고『수요예측을 보다 정확하게 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전문가들과 함께 매년 전원개발계획의 연동 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동자부의 저력관계자는『당분간 국내 전력수요는 특별한 국제적 여건이 생기지 않는 한 경제성장에 따라 15%선의 증가가 예상되는 반면 92년까지는 울진 원전 9, 10호기의 1백90만㎾ 짜 리와 수력 등 2백10만여㎾ 시설용량밖에 늘어나지 않아 오히려 현재 가동중단중인 8개의 석유발전소(1백51만㎾)의 재 가동은 물론 95년까지 폐지키로 한 6개의 화력발전소의 수명연장을 검토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어쨋든 한전으로서는 남아도는 전기들 많이 팔아야 장사가 되는 일이므로 전기판매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가로등 전기료를 20%내려 거리 밝히기 운동에 적극 앞장서고 있으며 심야전력요금(저녁 11시∼새벽 7시)을 두 차례에 걸쳐 35%나 인하, 가정용의 절반수준인 ㎾당 27원95전으로 낮추어 전기온수기·전기보일러·전기온돌 등의 축렬식 온수·난방기기 보급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심야 전력 기기 설치의 경우 수요자가 기기를 구입, 한전에 신청하면 한전이 공사비를 부담해 주는 특전까지 부여하고 있다. <임병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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