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앨라배마 상원 보궐선거 승리 … 성추문 의혹 후보 지지한 트럼프 타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12일(현지시간) 미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더그 존슨 후보.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미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더그 존슨 후보.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더그 존슨 후보가 공화당 로이 무어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존슨 후보는 득표율 49.9%로 무어 후보(48.4%)를 근소한 차로 따돌렸다.

존슨, 공화 텃밭서 무어 후보 눌러 #공화 상원 51석, 간신히 과반 유지 #CNN “트럼프 난처, 당에는 재앙”

당선이 확정된 뒤 존슨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이번 선거는 품위와 존중, 법치에 대한 선거였다”며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전국에 보여줬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앨라배마 인들은 위대하다. 그리고 공화당은 매우 짧은 기간 안에 이 자리를 놓고 또 다른 도전을 할 것이다. 결코 끝나지 않는다!”고 내년 11월 치러질 중간선거를 예고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상원 100석 중 공화당 의석은 51석이 됐다. 여전히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공화당이 우위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일 대규모 감세를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안 표결에서 공화당 유일의 반대표를 던진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 등 트럼프의 정책에 반대하는 의원이 적잖은 상황에서 2석 더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의미 없다는 이야기다. 성추문 의혹을 받는 무어 후보를 적극 옹호하며 지지를 호소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CNN은 이번 선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난처할 뿐 아니라, 공화당에 재앙”이라고 평가했다.

앨라배마는 보수적인 백인 유권자가 많은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이었다. 지난 25년간 민주당 소속 후보가 상원의원에 당선된 적이 없다.

그러나 공화당 후보의 10대 여성 4명에 대한 성추행·성희롱 의혹이 제기되면서 판세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승부에 쐐기를 박은 건 흑인 유권자들이었다. CNN 출구 조사에 따르면 투표한 흑인의 98%는 존슨 후보를 지지했다.

존슨 후보의 승리로 향후 미 정가의 갈등과 혼란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회의감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또 민주당은 상원의원의 3분의 1을 교체하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을 차지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운영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