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냄새 속 밥 먹는 경비원들…"갑질 당해도 하소연할 데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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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노동자 처우 증언대회

경비노동자 처우 증언대회

"우린 을 중의 을이에요. 화장실 냄새나는 데서 밥을 지어 먹고 갑질을 당해도 하소연할 데가 없어요."

12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과 경비노동자 처우 증언대회'에 참석한 경비원 A씨는 "우리를 시간만 축내는 노인 취급하는 주민에게 항의할 수 없고 어린아이한테도 말 한마디 함부로 못 하는 게 우리 신세"라고 토로했다.

그는 "나이가 들고 일을 찾다 보니 경비를 하게 됐지만 제 인생 자체가 경비는 아니었다"며 "많은 돈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다른 데 가봐야 사람 사귀기도 힘드니 참고 일하려 하는데 너무 갑질을 당하니 심란하다"고 말했다.

입주자들의 갑질도 심각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비원 B씨는 자치 회장이 근무시간에 자신의 밭에 데려가 풀을 베고 퇴비를 뿌리라고 시킨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광주시 비정규직 지원센터가 지난해 아파트 경비근로자 212명을 상대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2교대 경비 노동자들의 평균 실수령액은 약 141만원에 불과했다.

정찬호 광주시 비정규직 지원센터장은 "경비직은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마지막 직장'이라고도 불리는 대표적인 노인 일자리"라며 "재취업과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경비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노동 인권 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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