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첫날 이 총리는 골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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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3.1절 기념식이 열렸다. 같은 시간, 부산시 기장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에서는 이해찬 총리가 첫 번째 티샷을 날렸다. 부산 상공회의소 회장 예정자 등 지역 상공인들 2개 팀이 함께했다. 5시간 가까이 골프를 즐긴 이 총리는 오후 늦게 서울로 돌아왔다.

총리실 측은 "부산 상공회의소 임원들이 바뀌어 상견례를 위해 오래전부터 잡아 놓은 약속이어서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은 "28일 총리 주재 관계 장관회의를 해 정부 차원의 대책은 이미 마련해 놓았고 수행과장과 경호팀이 동행해 언제든 총리와 연락이 닿을 수 있는 상태였다"며 "총리가 파업 날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3.1절 행사에 불참한 것은 "의전 규칙상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는 총리가 함께 참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일었다. "총리가 골프 안 친다고 파업이 끝나느냐"는 동정론도 있었지만 "산불이나 호우는 돌발상황이라지만 이번 파업은 이미 예고돼 있었는데 국민 불편을 덜어줄 생각은 않고 골프나 치러 간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압도적이었다. 국무총리실 홈페이지에도 "정말로 골프를 치고 싶다면 총리직에서 물러났을 때 얼마든지 하라"는 비난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야당은 이 총리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총리가 바로 전날 거물 브로커 윤상림과의 골프 회동 문제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과 인신공격성 설전을 벌인 직후라 한나라당의 반응은 더욱 격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3.1 정신을 계승해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자는 날 지역 상공인들과 골프에 빠진 것이 국정의 총괄 책임을 맡은 총리가 할 처신이냐"고 비판했다. 이 총리는 지난해 4월 강원도에 산불이 났을 때와 7월 남부지역에 호우가 쏟아져 피해가 속출했을 때 골프를 치다가 비판을 받았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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