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나이 제한이 있나요

중앙일보

입력

환갑 넘긴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 대학에 들어간 노인이 70대 중반에 박사학위를 받아 화제다.

주인공은 지난 2월 17일 부산외국어대학에서 ‘일본 교육 칙어(천황 및 왕의 말)의 성립과 시대적 역할의 고찰’이란 논문으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은 황영호씨(74).박사과정은 100점 만점에 99.54점을 받아 수석졸업의 영광을 안았다. 박사학위는 황씨가 공무원 정년 퇴임 후 14년 만에 이뤄낸 땀의 결실이다.

황씨가 공부에 뜻을 품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국방부 부이사관 퇴임 후인 61세때. 전쟁직후인 54년 부산고를 졸업했으나 어려운 집안사정으로 대학진학의 꿈을 접었던 황씨는 1957년 국방부 일반직 공무원으로 사회에 발을 디뎠다. 이후 1994년 32년 간의 공직생활을 마친 뒤 평소 관심있던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현지에서 배우기 위해 1995년 일본 니가타현 산교대학 일본문화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환갑을 넘긴 나이에 외국에서 대학생활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가장 큰 어려움은 의욕에 못미치는 기억력이었죠. 영어단어는 외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며 취침과 식사시간을 제외한 18시간 이상을 공부에 매달리면서 학업에 열정을 쏟았습니다.”. 한푼의 돈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청과시장에서 채소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마련했다. 이같은 노력과 성실 덕택에 황씨는 현지대학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6년동안 공부한 끝에 학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에 온 황씨는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기는 공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1999년 부산외대 대학원에 다시 입학했다.“젊은 사람들 눈이 무서워 지각도 한번 안했습니다.강의실과 도서관,집만을 오가며 열심히 공부했죠” 황씨는 대학원 석사과정에 이어 박사과정에서 장학금으로 학비를 충당했다.공무원 연금으로 생활비를 보태며 학업에 열중해 2004년 8월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이번에 논문이 통과돼 학위를 받게됐다.
“공부에 나이는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죠. 앞으로 이웃을 찾아다니며 무상으로 일본어와 한자 교육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일본어 교습책도 출간하고 일본 강단에도 서겠다는 것이 나의 꿈 입니다.”

(조인스닷컴 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