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협상도 결렬되자 … 정세균, 예산안 자동부의 내일로 미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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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세균 국회의장이 30일 밤 12시로 예정된 예산안 자동 부의(附議·토의에 부침) 시점을 12월 2일 정오로 늦췄다. 여야가 좀처럼 내년 예산안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예산안 심사 마감시한을 6시간31분 앞두고 내린 전격적인 조치다. 30일 각 당 원내대표는 최종 담판에 나섰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정 의장이 나서 정부안을 국회 본회의에 올리지 않는 대신 반드시 2일 정오까지 합의안을 내줄 것을 제안했고 여야가 이를 받아들였다.

심사 마감시한 6시간 31분 앞두고 #“2일 정오까지 합의하라” 전격 조치

이날 여야는 아침부터 팽팽하게 대립했다. 오전 9시 더불어민주당은 회의장에 법정시한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한 ‘2018 민생시계’를 내걸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민과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이라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같은 시각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선 정우택 원내대표가 민주당을 성토했다. 전날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간 것과 관련, “진정한 사과 없이는 협상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전 10시53분 민주당·한국당·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포함된 ‘2+2+2’ 원내대표단 협상이 시작됐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두 야당 정책위의장에게 직접 사과한 후다. 그러나 첫 협상은 30분 만에 끝났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9개 논의 주제만 정했다. 누리과정이 추가됐다. 9개 쟁점 항목은 ▶공무원 1만2200명 증원을 위한 5300억원 ▶최저임금 인상분 보조용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 ▶법인세·소득세 인상안 ▶누리과정 예산 등이었다.

오후 1시30분부터 여야 대표단 간의 본격 협상이 시작됐다. 핵심 쟁점은 공무원 증원 규모와 최저임금 인상분 보조 예산 규모였다. 민주당은 정부 원안에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여당의 양보 없이는 추가 협상이 어렵다고 했다.

4시간여의 협상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김동철 원내대표는 “여당이 양보하고 성의를 보이는 것을 느끼기 어렵다”고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8개 항목 중 남북협력기금 하나 협의됐다. 1200억 중 400억원 삭감해 800억원으로 결정됐지만 법정시한 안에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결국 오후 5시 3당 원내대표들을 긴급 소집해 “2일 정오까지 합의해 달라”며 예산안 심의시한을 늦췄다.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첫해인 2014년 국회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준수했다. 이듬해 2015년에는 여야 공방 끝에 법정시한을 48분 넘겼고 2016년에는 3시간57분이 넘은 12월 3일 새벽 통과시켰다.

여야가 2일까지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지 못할 경우 다음에 예정된 본회의는 7일과 8일이다. 민주당은 7~8일 국회 본회의 처리에도 대비하라는 문자메시지를 의원들에게 보낸 상태다. 물론 여야가 합의만 한다면 7일 전에도 본회의 일정을 잡을 수는 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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