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집'서 10살 아들에 분유만 먹여 숨지게 한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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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ㆍ오물 집’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10살 소년. [연합뉴스]

‘쓰레기ㆍ오물 집’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10살 소년. [연합뉴스]

10살짜리 아들에게 분유만 먹인 점 등 어린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영양실조와 탈수로 숨지게 한 부모에게 법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 부부는 3∼4년 전부터 집 안에 사람이 누울 공간 외에는 쓰레기나 오물로 가득 차 있도록 내버려 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남편은 사회생활을 하는 사회인이었는데, 비위생적인 환경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만성 우울증ㆍ사회공포증 등 앓아온 엄마, 10살 아들 방치 #키 119㎝에 체중 12㎏, 머리카락 길이 26㎝…의사소통도 옹알이 수준 #법원 “부모로서 최소한의 조치조차 하지 않아 죄질 불량” 질타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이성호)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부모 홍모(49ㆍ여)씨에게 징역 3년 6개월, 권모(52)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각각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내렸다.

검찰에 따르면 사실혼 관계인 홍씨와 권씨는 2007년 10월에 태어난 아들을 제대로 양육하지 않고 방치한 끝에 올해 7월 13일 오전 4시쯤 서울 성북구 집에서 영양실조, 탈수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홍씨는 만성 우울증과 사회공포증, 회피성 인격장애 등이 있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홍씨는 출산 후 거의 외출하지 않고 아들과 집에서만 지내왔다.

두 사람은 아들이 분유 외에 다른 것을 잘 먹지 못한다는 이유로 분유만 하루 3∼5차례 먹이는 것으로 식사를 대체했다. 또 예방접종을 할 때 외에는 외출시키거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아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 9세를 넘기고도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다. 의사소통 능력도 옹알이 수준이었다. 조사 결과 사망 당시 아들은 키 119㎝에 몸무게 12.3㎏으로 매우 마른 상태였다. 머리카락 길이가 26㎝에 달하고 발톱이 길게 자라 있는 등 위생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홍씨와 권씨는 지난해 3월 의사로부터 아들이 인지ㆍ언어ㆍ사회성 발달이 심하게 더뎌 지속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은 의사의 진단 때문에 초등학교 취학이 유예됐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분유만 먹이고 쓰레기와 오물이 가득한 집에서 생활하게 하는 등 부모로서 최소한의 조치조차 하지 않은 채 유기해 결국 숨지게 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질타했다. 이어 “두 사람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자녀를 사망에 이르게 할 고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앞으로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하는 점, 홍씨의 경우 (우울증 등으로) 심신 미약 상태였던 점을 고려했다”고 형량을 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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