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단일 안 마련 여부가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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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정 당이 여야선거법 협상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31일 당직자·협상대표 연석회의에서 마련한 1구1∼3인 제안을 보다 신축적으로 개선한 1구 1∼3인제 수정안과 순수한 소선거구 제안을 야당 측에 제시, 양자택일을 요구함으로써 선거법 협상은 새 국면을 맞고있다.
민정 당이 이번에 두 안을 제시, 택일케 한 저의는 한마디로 교착상태의 선거법 협상에 한 손으로는 당근을, 다른 한 손으로는 채찍을 가함으로써 협상의 타협적 국면을 촉진시키려는데 있는 것 같다.
민정 당이 새로 제시한 수정내용을 보면 당초 원안의 1인구 1백61개를 줄이는 대신 2인구를 늘림으로써 야당의 중선거구제안을 제한적으로나마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아직도 여야의 거리를 좁히기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어 협상의 출발점에 간신히 들어선 느낌이다.
이 같은 민정당의 수정 움직임은 지난 임시국회에서 선거법처리를 목표로 했다가 두 야당세력의 실리와 명분을 앞세운 요지부동의 협상자세 때문에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자 뭔가 협상 분위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야당주장을 형식적으로나마 수렴하는 수정안을 내 기선을 잡으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 같다.
왜냐하면 민정 당은 오는 10일 소집되어 16일에 끝날 139회 임시국회에서도 여야간에 선거법협상이 원만히 타결되지 않을 경우 최종 대안으로 납득이 보다 용이한 순수 소 선거제의관철방침을 명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정 당은 바로 그런 코스로 갈 때 부닥칠 당 내외의 반발은 물론 향후정국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끝까지 여야 타협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우선 소 선거 제를 강행 통과 할 때 제1야당인 민주당의 반발은 치지도외로 치더라도 민정당내 대도시 출신의원들의 불만을 쉽게 감당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사생결단식의 선거전 이후 부정선거소송 사태나 등원거부 등 정국경화가 필지인데 그렇게 되면 갓 출범한 노태우 신 정권의 부담이 여간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또 야당의원들, 특히 소 선거 제 당론의 평민 당 의원들조차 현행 동반 당선제도를 지지하고있는 현실 등을 감안 할 때 순수 소 선거 제 관철은 일단 유사시에 사용할 카드라는 인식의 공감대가 1차 협상 시한을 넘긴 당내에서 점점 더 자리잡기 시작했다.
따라서 민정 당 측은 막후접촉을 통해 3개 야당에 단일 안을 만들어 내라고 「강권」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이는 서로의 체면을 살리면서 여야 공존체제를 모색하자는 민정당의 솔직한 심사의 발로다.
여당이 31일 당직자·협상대표 연석회의를 갖고 1구1∼3인제 (1인구 1백61개, 2인구 41개, 3인구 9개) 원안을 다소 손질해 1인구 33개 축소, 14개 확대 수정안을 마련 한 배경도 야당 측이 단일 안을 낼 경우 보다 파격적으로 절충 할 수 있다는 용의를 간접 시사한 것이다.
여당은△현행제도는 유신체제의 잔재이자 여야 야합으로 국민에게 비칠 것이므로 어떠한 경우도 존치 시킬 수 없고△따라서 현재의 여야 현실을 감안, 야당도 세를 확보 할 수 있고 여당도 안정다수의석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이라면 수용한다는 자세다.
야당 측이 연합해서 민정당의 1구 1∼3인제 안 중 1인구의 대폭 축소, 2인구의 대폭 확대, 3인구의 축소형태, 즉 다이어먼드형 선거 제도를 제안할 경우 다소 불만스럽더라도 화합적 차원에서 타협할 태세임을 당직자들은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야권은 1인 선거구를 조금 줄이는 대신 2∼3인구를 약간 늘이는 민정당의 수정제안이 종전의 안과 골격 상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며 이 물건으로는 흥정을 붙일 엄두도 내지 말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의 수정안이 야당이 은연중 바라는 1구2인제 욕구를 겨냥한 내용인 만큼 앞으로 협상여하에 따라서는 민정 당이 2∼3인구를 대폭적으로 늘릴 소지도 있지 않겠느냐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 같다.
야권은 민자당의 숫자놀음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야권의 단일 안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 여부에 현재로서는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민정당의 수정제안은 2∼3인구에서 민주당안과도 너무 차이가 나며 평민당의 소선거구제와도 배치되고 있어 이 안으로는 어느 당도 설득 할 수 없게 되어있다.
우선 민주당이 최종안으로 2인구 1백7개, 3인구 3개 등 2∼3인구를 총1백10개로 제시하고 있는데 반해 민정당의 수정안은 2∼3인구가 64개여서 1∼3 인제 와 2∼3인제 라는 골격의 차이는 접어두고라도 숫자계산으로도 접근이 불가능한 안으로 보고있다.
민주당에서는 민정당의 수정안을 놓고 『어린애들에게 사탕 몇 개 더 주어 달래려는 것 같다』 고 비난하며 민 정당이 좀더 과감한 양보를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민정 당이 1∼3인 제의 골격을 고수해야겠다면 최소한 2∼3인구에서 민주당안과 숫자가 엇비슷해야 타협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1인선거구를 최소화시켜 형식적인 흔적만 남기고 나머지는 거의 2인구제로 만들자는 주장이며 이 경우 여당의 안정세력확보를 위해 전국구 배분에서 어느 정도 양보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평민 당은 입장이 더 어렵게 되어있다.
원내의원 거의가 1구2인 제를 희망하나 김대중 총재와 당론은 소선거구제여서 민정 당 안을 받느냐 안 받느냐 에 앞서 당론을 어떻게 조정해 나갈 것이냐는 큰 딜레마에 빠져있다.
당론이 소선거구제로 계속 유지되든, 1구2인 제로 변경되든 현재의 민정당 수정안은 어느 쪽에도 근사하지가 않아 이 안으로 타협되기는 힘들게 되어있다.
2∼4인 제를 내세우고 있는 공화당도 민정 당 안을 받을 수 없기는 형편이 마찬가지다.
야권 3당은 이번 수정안이라는 것이 종전 것과 같이 「야당을 데리고 노는」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따라서 이런 숫자 놀음에 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야권 단일 안을 모색해야한다는 당위성에는 3당이 모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평민당의 소선거구제라는 당론 때문에 이것 역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평민 당이 당론을 변경하도록 평민 당 협상대표와 의원들에게 간접적인 압력을 가하지만 이들이 김대중총재의 소선거구제 명분을 꺾을 수 있느냐의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대다.
평민 당으로서는 소선거구제가 당론이나 야권의 공동보조를 위해 할 수 없이 끌려 갈 수 있다는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보여 야권 단일 안이 어떻게 결말이 날지 불투명하다.
야권이 단일 안 을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이 선에서 민정 당과의 타협이 가능하겠지만 이것이 불가능해진다면 결국 민정 당 의사대로 선거법 협상이 결말이 날 전망이다.

<이수근· 문창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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