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이을 코스닥 기대주? 소비재 종목 꼽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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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2000년은 코스닥 역사의 압축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해 3월 지수는 2834.4(현재 지수로 환산 시)까지 올랐다. 직전 해에 나온 코스닥 활성화 대책이 투자자 기대 심리를 끌어올렸고, 정보기술(IT) 기업을 둘러싼 거품이 주가를 띄웠다. 거품은 금방 터졌다. 그해 말 525.8까지 곤두박질치며 1년도 안 돼 지수가 ‘4분의 1토막’ 났다.

내달 코스닥 활성화 대책에 주목 #과거 대책 나올 때마다 지수 급등 #원화 강세로 내수 종목 전망 밝아 #연기금 투자확대 기대 못 미칠 땐 #조정 불가피하다는 점 주의해야

코스닥 기대주

코스닥 기대주

이때 생긴 거품 트라우마가 17년이 지난 지금 다시 나타났다. 주체는 IT 기업에서 바이오 기업으로 바뀌었다. 거품 논쟁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달부터다.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24일까지 두 달간 코스닥 지수는 21% 올랐다. 이 기간 제약업종은 34% 뛰었다. 거품 우려를 반영하듯 제약업종 지수는 지난 21일 고점(9713.24)을 찍은 뒤 24일까지 2.3% 하락했다. 다만 이번 거품 논란은 17년 전과는 다소 다르다는 분석이 많다. 바이오가 주춤하더라도 코스닥 시장이 전처럼 폭삭 내려앉을 만큼 취약하진 않다는 뜻이다. 가장 믿을만한 구석은 정부가 다음 달 중 내놓을 코스닥 활성화 대책이다. 26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과거 1999년, 2004년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대책이 나왔을 때 지수는 1년을 전후한 시점에 각각 135%, 71%씩 올라 고점을 찍었다. 증시 참가자는 이번 대책이 역대 가장 강력한 대책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연기금 참여 확대를 위해 시장의 대표선수 격인 코스피200 및 코스닥 150구성 종목을 아우르는 신규 지수를 개발 중이다.

대외 여건도 코스닥에 긍정적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원화 강세가 이어진다면 대형 수출주보다 중소형 내수주가 몰린 코스닥에 우호적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스피보다 정부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 코스닥은 내년이 더 좋을 것”이라며 “몸집이 코스피보다 작은 만큼 1000포인트도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이오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로는 음·식료, 섬유·의복, 유통 등 소비재 업종 꼽힌다. 이달 소비자 심리지수는 약 7년 만에 최고 좋은 수준으로 올랐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부장연구위원은 “기저효과, 올림픽 특수 등으로 내년 1분기 민간 소비 증가율은 7분기 만에 3%대를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소비재 업종 강세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15일부터 코스닥 150에 새로 편입되는 종목이나 코스닥 15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투자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신규 편입 종목은 피에스케이,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13개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코스닥 150 정기 변경 당시 투자 성과를 보면 변경일 20거래일 전부터 매입 수요가 유입됐다”며 “최근 바이오 독주 현상에 대한 대항마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열기가 식지 않더라도 변동성은 주의해야 한다. 다음 달 나올 코스닥 활성화 대책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큰 변수는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 여부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당장 코스닥 투자를 확대하는 안에 관해선 결정된 것이 없다”며 “투자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를 거쳐야 하므로 방법론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코스닥 투자 성공 여부는 실적에서 판가름날 것이란 결론이 나온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바이오·헬스케어, IT 부품·소재, 전기차 및 기타 신성장산업으로 분류되는 코스닥 시장의 추가 상승세가 이어지려면 종목별 성장성을 뒷받침할 재료와 실적이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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