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부부가 남긴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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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9호 04면

[editor’s letter]

“이런 드라마를 방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8일 종영한 KBS-2TV의 12부작 ‘고백부부’(연출 하병훈·극본 권혜주)의 시청소감은 이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금·토 밤 11시 방영이라는 한계에도 “완벽한 극본·연출·연기”라는 입소문에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리며 엄청난 지지를 이끌어냈습니다. 11월 들어 TV화제성 순위 3주 연속 1위(굿데이터 코퍼레이션 분석)를 차지했죠.

성인웹툰 ‘한번 더 해요’(글 미티·그림 구구)가 원작인 이 드라마는 결혼생활에 지친 동갑내기 부부 최반도·마진주가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결이 참 섬세합니다. 남자들이 밖에 나가 얼마나 힘들게 일해가며 돈을 벌어오는지, 여자들이 애 키우며 집안 살림하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엄마에 대한 사랑은 어떻게 표현하면 좋은지, 절절하게 보여주었죠. 그런 공감이야말로 드라마에 감사를 표하는 이유가 되었을 것입니다.

특히 자신을 구하려다 차에 친 반도를 껴안고 평소 부르던 이름 대신 “여보!”라며 오열하는 진주, 포도상자를 들고 “왜 나는 항상 이따위일까”라고 울먹이는 반도의 모습은 제목을 ‘고백(Go Back 혹은 Confession)’이라 명명한 의도일 테죠.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모든 부부들에게 경의를.

p.s. 주인공 성(姓)을 바꿔 고반도와 백진주라 했다면 제목과도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요.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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