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수능생 6098명 시험지 어디로 갈까…'철통 보안'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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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지를 보관 중인 경북 포항시교육청 건물 앞에서부터 출입통제를 하고 있다. 백경서 기자

수능 시험지를 보관 중인 경북 포항시교육청 건물 앞에서부터 출입통제를 하고 있다. 백경서 기자

"진동이 크게 느껴지길래 설마 테러 났나 생각했지만, 지난해 경주지진을 겪어 봐서 지진이란 걸 금방 알았습니다. 수능 시험지엔 문제가 없습니다."

포항지구(포항·영덕·울진) 6098명 시험지 보관장 '출입금지' #포항시교육청, 수능 연기와 시험 장소 변경 가능성에 '긴장' #지진에도 포항 학생 90% "포항 내에서 시험 치르고 싶어" #교육청 "학생 의사 반영하겠지만 안전문제 있어 신중"

1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양덕동의 포항시교육청. 포항지구 수능 시험지 6098개가 철통 보안 중인 곳에서 만난 교육청 직원은 이같이 말했다. 시교육청 내 정확한 시험지 보관 장소는 극비사항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2명의 경찰관이 6개 조로 나눠 4시간씩 하루 24시간 경비 업무를 맡고 있다. 포항시 교육청 공무원도 2명씩 돌아가면서 상주하면서 시험지를 지킨다.

시험지가 들어있는 방은 지난 13일 오후 6시 시험지가 도착한 직후 아직 아무도 출입하지 않은 상태다. 앞서 15일 지진 직후 직원들은 폐쇄회로(CC)TV로 시험지 상태를 확인했다. 시험지는 방안의 작은 방에 이중보안 중이다. 5개의 CCTV가 입구, 내부 등을 관찰 중이다. 시험지를 상주하며 지키는 한 교육청 관계자는 "지진 진앙지와 현재 장소가 매우 가까워 지진 직후 시험지를 CCTV로 관찰했는데, 겉으로 보기엔 이상이 없어 다시 들어가서 확인하진 않았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지진 진앙지에서 직선거리로 3㎞ 떨어져 있다. 시교육청 민원실 직원들도 "당시 건물 전체가 심하게 흔들려 모두 시험지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됐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부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수능시험지 보관소 앞에 경찰관이 경비를 서고 있다. 김경록 기자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됐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부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수능시험지 보관소 앞에 경찰관이 경비를 서고 있다. 김경록 기자

당초 시험지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6일 오전 일찍 시교육청에서 각 학교로 배분될 예정이었다. 경북 영덕이나 울진지역의 경우 그보다 조금 빨리 이동한다. 포항지구(포항·영덕·울진) 수능 지원자 수 6098명이다. 이중 포항은 12개교에서 5523명이 시험을 보고 영덕고에서 211명, 울진고에서 364명이 시험을 본다. 시험지가 이동할 땐 경찰차가 앞서가고 시험지를 실은 차, 교육청 차가 순서대로 줄지어 함께 학교로 향한다.

이번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고 특히 포항지역의 경우 장소가 변경될 수 있어 공무원들은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파악 결과 오후 1시 기준 수능 시험을 치르는 포항 12개교 중 10개 학교에서 균열 등 이상이 발견된 상태다. 울진고와 영덕고는 이상이 없다. 지난 16일 경북도교육청은 포항지역 학생들에게 카톡, 문자메시지 등으로 시험장소를 포항 이외의 지역으로 변경할 의사를 물었다. 하지만 90%의 학생이 "포항에서 원래대로 시험을 치르고 싶다"고 답변했다.

포항고 피해 현장 찾은 김상곤 부총리.

포항고 피해 현장 찾은 김상곤 부총리.

장소 변경 사안은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나 내일 오전 확정될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지진이 발생한 포항시내 수능시험장 12개소에 대한 1차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5곳에서 좀 더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안영규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정책관은 "오늘까지 최종적으로 판단한 다음 시험장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결론을 낼 것"이라며 "2차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한 독서실에서 고3 수험생들이 지진의 여파로 일주일 연기된 수능을 대비해 막바지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1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한 독서실에서 고3 수험생들이 지진의 여파로 일주일 연기된 수능을 대비해 막바지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의사도 반영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학생들의 안전문제도 있기 때문에 장소변경의 경우 복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a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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