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원인’ 뇌졸중·심근경색 환자 절반, 치료후에도 ‘흡연’ 악순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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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으로 인해 심·뇌혈관질환을 겪은 환자의 절반 가량이 치료 후에도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준호 기자

흡연으로 인해 심·뇌혈관질환을 겪은 환자의 절반 가량이 치료 후에도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준호 기자

흡연이 원인이 돼 뇌졸중과 심근경색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절반은 치료 후에도 담배를 끊지 못하고 흡연을 지속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9일 삼성서울병원(신동욱 가정의학과 교수), 신한대학(김현숙 교수), 서울대병원(임유경 전공의)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표본 코호트 자료를 바탕으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심·뇌혈관질환을 겪은 17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흡연은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위험요인 중 하나다. 특히 뇌졸중의 경우 첫 발병 5년 후 재발 위험이 최대 40%에 달해 금연이 필수다.

연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심·뇌혈관질환자 중 486명(28.6%)이 발병 이전 담배를 피워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342명(70.4%)은 뇌졸중, 134명(27.6%)은 관상동맥 등이 막혀있어 심근경색 위험이 큰 허혈성 심장질환자였다. 그리고 나머지 10명은 두 질환이 한꺼번에 온 상태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문제는 치료 후다. 뇌졸중과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후에도 흡연 환자 중 49.4%(240명)가 금연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장뇌혈관질환자의 발병 전/후 흡연율 비교 [사진 신동욱·김현숙·임유경 공동연구팀]

심장뇌혈관질환자의 발병 전/후 흡연율 비교 [사진 신동욱·김현숙·임유경 공동연구팀]

지속적인 흡연자 중에는 발병 이전 하루에 반 갑 이상, 30년 이상 흡연해온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조사 대상자 중에는 담배를 끊었다 다시 피우는 사람도 있었다. 발병 이전 금연에 성공했다고 답한 194명 중 13명(6.7%)은 치료 후 담배를 피운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담배를 입에도 댄 적이 없었다고 했던 환자 1천20명 중 24명(2.4%)은 되레 발병 이후 담배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지속적인 흡연 배경으로 심혈관 질환 발병 이후 나타나는 우울감이나 상실감 등을 꼽았다. 일반적으로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전체 인구 대비 우울증 유병률이 2∼3배 더 높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따라서 환자들이 치료 후 다시 담배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초기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치명적인 혈관질환을 경험하면 건강 행동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며 "여전히 많은 환자가 흡연을 지속하는 만큼 의료진이나 가족이 환자에게 지속해서 금연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금연치료를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의학도서관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최근호에 게재됐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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