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소금 짭짤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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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전남 목포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민모(59)씨는 요즘 먹는 재미를 되찾았다.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다가 몇 년 전 고혈압 판정을 받은 뒤 의사한테서 "식생활을 바꾸지 않으면 큰 일 난다"는 경고를 들었다. 싱겁게 먹긴 했지만 도무지 맛이 없었다. 그러다 몸에 부담을 덜 주는 소금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뒤 입맛을 회복했다. 그는"몸에 나쁘지 않으면서 짠맛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에 '건강 소금' 판촉전이 번지고 있다. 소금이 몸에 좋지 않은 것은 짠맛 자체 때문이 아니라 짠 맛을 내는 나트륨 성분이 고혈압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건강 소금은 이 나트륨 함량을 줄인 것이다. 웰빙족, 고혈압 환자 등이 즐겨 찾는다.

CJ는 지난해 말부터 핀란드에서 팬솔트라는 저나트륨 소금을 수입해 판다. 나트륨 함량이 보통 소금의 절반 정도로 엄밀히 말하면 소금 대용 물질이다. 염화나트륨 함량이 57%로, 소금(규정상 88% 이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짠 맛은 칼륨 등 다른 성분으로 낸다. 이 회사 최동재 부장은 "우리도 선진국처럼 저나트륨 소금 쪽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상은 이달 하순 나트륨 함량을 절반 정도 낮춘 소금 제품을 제조 판매할 예정이다. 짠 맛은 종전 소금과 비슷하다. 마케팅팀의 김경미 대리는 "어느 정도의 소금 섭취는 신진대사에 필수적이고 또 음식 맛을 내는데 소금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기능성 소금의 설 땅이 있다"고 말했다. 신동방도 장차 저 나트튬 소금을 생산하거나 판매할 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입산 건강 소금은 CJ 말고도 여러 경로로 수입돼 백화점 등에 수십 종이 깔려있다. 미네랄 성분을 섞은 일본산'생명의 소금''해양 심층수 소금', 프랑스산 '바다의 꽃'등이 프리미엄급으로 알려져 있다.

제품 값은 일반 소금보다 서너 배 이상 비싸다.'생명의 소금'은 90g들이가 9700원이나 한다. 지난해 8월부터 고급 수입 소금을 판매해 온 신세계는 지난해 9월 40만원 하던 매출이 12월 110만원, 지난달 450만원 등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팬솔트 판매액은 지난 한 달 약 5억원으로 CJ는 연말까지 100억원어치를 팔겠다는 목표다. 팬솔트 역시 200g들이 3350원으로 통상 1㎏에 1000~1300원인 천일염이나 맛소금, 500g들이 2800원 정도인 구운 소금 보다 서너 배 이상 비싸다.

국내 소금 시장은 1600억~2000억으로 추정된다. 공업용.업소용 등을 제외한 가정용 시장은 400~800억원으로 추정된다. 신세계 백화점 가공품팀의 임훈 부장은 "올리브유나 포도씨유 같은 제품으로 식용유가 고급화하듯이 소금도 같은 길을 갈 것"으로 전망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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