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 美 군사력 오판해 ICBM 개발 가속화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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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처음 미국을 방문해 1일(현지시간)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 정권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AP=연합뉴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처음 미국을 방문해 1일(현지시간)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 정권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AP=연합뉴스]

망명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1일(현지시간)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섰다. 이날 청문회는 '내부자가 바라본 북한 정권'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미국 군사력의 힘과 실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착각 때문에 김정은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의 개발을 완수해 북한의 새로운 위상을 인정하도록 강요하면 제재 체제를 깨뜨릴 수 있다고 진정으로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김정은은 핵무기 개발을 완료해 미국과 협상하면서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궁극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한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며 "미군이 철수하면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도 빠져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철수하자 베트남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모두 빠져나간 선례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과 국제사회가 강경한 대북 압박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 테이블로 나올 때까지 경제 제재 및 외교적 고립을 강화하면서 한미동맹과 군사적 준비도 더욱 확고히 구축해야 한다"며 "한미 간 견고한 협력을 통해 미국하고만 협상하고 한국을 배제해온 북한의 오랜 전략을 좌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에 대해선 경계감을 나타내며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군사행동이 남은 선택지의 전부라고 결정하기 전에 모든 비군사적 대안을 시도했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군사행동에 앞서 적어도 한번은 김정은을 만나 그의 생각을 이해하고 현재 방향대로 계속하면 파괴될 것이란 점을 납득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고 지난달 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 뒤에 세워둔 안내판에 북한의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라고 적혀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고 지난달 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 뒤에 세워둔 안내판에 북한의 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의 '핵탄두(수소탄)'라고 적혀있다. [연합뉴스]

태 전 공사는 전날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강연에서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선 평화적인 방법이 우선돼야 한다”며 “군사적인 행위에 앞서 소프트파워를 먼저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작업을 꾸준히 강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2010년 '아랍의 봄' 당시 전문가들은 북한에서는 비슷한 일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면서"그러나 장마당 활성화나 한국 영화·드라마의 유입 등을 볼 때 북한에서도 그러한 반란이 일어나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외교관들의 수난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망명 이유를 간접 시사하기도 했다. 태 전 공사는 "쿠바와 말레이시아 전 대사는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진 뒤 아무도 생사를 알지 못하고 있다”며 “스웨덴 대사와 유네스코의 대사 및 부대사는 장성택 처형 후 평양으로 소환된 뒤 쫓겨났다"고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서 '김정은 판단' 증언 #"주한미군 철수시켜 외국인 투자 엑소더스 유도" #"군사행동 앞서 적어도 한번은 김정은 만나봐야" #"2010년 '아랍의 봄'과 같은 반란 북한에서도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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