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구형’ 임은정 검사 징계처분 취소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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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검찰의 내부 방침을 어기고 무죄를 구형해 징계를 받은 임은정(43·사법연수원 30기) 서울북부지검 검사에 대한 징계처분 취소가 확정됐다.

과거사 재심 '백지 구형' 지시 어기고 #'무죄' 구형해 정직 4개월 처분 받아 #법무부와의 4년 소송전 끝에 승소해

대법원 특별3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31일 임 검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법무부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임은정 검사. [사진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임은정 검사. [사진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임 검사는 2012년 12월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에 재직할 때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이 확정된 고(故) 윤길중 진보당 간사의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검찰 내부 방침을 어기고 무죄를 구형했다. 당시 검찰에는 과거사 재심 사건에 법원으로 판단을 넘기는 이른바 ‘백지 구형’을 한다는 내부 방침이 있었다.

하지만 임 검사가 무죄 구형 의지를 굽히지 않자, 공판2부는 사건 담당 검사를 교체했다. 임 검사는 이 지시에도 반발해 선고 당일 법정으로 통하는 검사 출입문에 “무죄를 구형하겠다”는 쪽지를 남긴 채 문을 잠그고 법정에 가서 무죄를 구형했다. 이어 검찰 내부 게시판에 “재심사건 무죄 구형은 (검사의) 의무라고 확신한다”는 내용의 무죄 구형을 하게 된 경위와 자신의 의견을 담은 글을 올렸다.

법무부는 이듬해 2월 상부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임 검사에게 정직 4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임 검사는 “검사는 죄에 상응하는 구형을 해야 하고 백지 구형은 법적 근거가 없어 직무 이전 명령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임 검사가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르지 않고 무죄 구형을 하거나 근무시간을 위반한 징계 사유를 인정했다. 다만 징계가 너무 무겁다며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무죄 선고가 이뤄져 백지 구형 대신 무죄 구형을 했다고 해도 형사 재판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비위 정도에 비춰 정직 4개월은 지나치게 과중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밝혔다.

2심은 한 발 더 나가 “백지 구형을 적법한 지시로 볼 수 없고, 임 검사가 무죄 의견을 낸 행위를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반일 연가 사용에 따른 근무시간 위반만 징계 사유로 인정했다.

대법원의 판결로 4년에 걸친 임 검사와 법무부의 소송전은 막을 내렸다. 앞서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달 “임 검사에 대한 징계 조치를 시정하고 실질적인 피해 회복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기도 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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