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 얼마 받나, 고심하는 업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아이코스(필립모리스코리아)·글로(브리티쉬어미레칸토바코)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가 인상되면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20일 전자담배 개별소비세를 126원에서 529원으로 403원 인상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불을 붙여 태우지 않고 연초를 고열로 쪄서 수증기로 흡입하는 새로운 형태의 담배다.

정부 의지대로면 세금 1246원 올라 #투자비 감안 땐 갑당 5000원선 전망

정부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인상에 이어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도 각각 일반담배의 90% 수준으로 올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뜻대로 담배소비세 등이 순조롭게 인상되면 전자담배에 붙는 전체 세금은 현재 1740원에서 앞으로 2986원으로 1246원 오른다.

필립모리스코리아와 브리티쉬어미레칸토바코(BAT) 코리아는 세금 인상에 따른 궐련형 담뱃값 인상 폭과 시기에 대한 내부 검토를 시작했다. BAT 코리아 관계자는 “구체적인 인상 폭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지방교육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도 인상될 경우 담뱃값을 현재 수준으로 묶어둘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 1갑은 4300원으로 일반 담배(4500원)와 비교해 200원이 싸다.

업계에선 전자담배 디바이스 투자 및 연구비용을 고려하면 갑 당 5000원대 수준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BAT 코리아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갑 당 생산비는 기존 담배와 비교해 2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담배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담배 제조업자와 판매업자는 판매가격을 6일 전까지 신고해 변경할 수 있어 언제든지 가격조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시장 위축이다. 가격이 인상될 경우 궐련형 전자담배의 인기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갑당 가격이 일반 담배보다 저렴한 4300원이 아니었다면 몇 달 만에 시장에 안착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이 많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지난 6월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국내외 담배 생산 업체간 눈치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KT&G는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업계에선 KT&G가 늦어도 11월 말에는 궐련형 전자담배 ‘릴’을 출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의 세금 인상이 유력해지자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일을 올해 말로 늦췄다.

KT&G 관계자는 “늦어도 연말까지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