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건국 1100년 특별전 내년 내내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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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평양에서 온 국보들'에서 공개된 태조 왕건의 청동상. [중앙포토]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평양에서 온 국보들'에서 공개된 태조 왕건의 청동상. [중앙포토]

내년은 태조 왕건(877~943)이 고려(918∼1392)를 세운 지 1100년이 되는 해다. 코리아(Korea)라는 말을 세계에 알린 고려는 화려한 귀족문화를 일궜다. 청자부터 불화까지 섬세한 한국예술을 대변해왔다. 2018년 우리 문화재 동네의 키워드도 고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 13개 국립박물관서 잇따라 개최 #배기동 중앙박물관장 취임 100일 회견 #전세계에 있는 고려 명품 한자리 모여

25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연합뉴스]

25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연합뉴스]

 배기동(65)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5일 취임 100일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한 해 전국 13개 국립박물관에서 고려를 주제로 한 특별전을 잇따라 열겠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제주박물관의 삼별초(몽골의 침략에 저항했던 무신정권 때의 특수부대) 전시를 시작으로 내년 4월 공주박물관, 5월 부여박물관, 6월 경주박물관 등에서 해당 지역의 고려문화를 순차적으로 돌아보는 전시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이라이트는 내년 12월 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대(大)고려전’이다. 전세계에 산재된 최상급 유물을 보아 역대 최대 규모의 고려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자와 불화, 나전칠기, 금속활자 등 고려문화의 정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예전 고려시대 대규모 전시로는 1995년 호암미술관에 열린 ‘대고려국보전’이 있었다. 당시 260여 점의 고려시대 명품이 공개됐다.

1995년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대고려국보전을 찾은 관객들. [중앙포토]

1995년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대고려국보전을 찾은 관객들. [중앙포토]

 “내년 전시에선 일본·미국에 있는 고려 문화재는 물론 유럽에 있는 관련 유물도 확인하고 빌려올 예정입니다. 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고려 비석이나 금석문 등 기초자료 연구도 꾸준히 펼쳐갈 계획이고요”.

 배 관장은 새해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지방 국립박물관의 내실화를 들었다. 지역 대학·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노후한 시설도 개선해 지역민이 즐겨 찾는 문화거점으로 키워가겠다고 했다. 특히 지역박물관의 대표 소장품을 브랜드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경주박물관의 금관, 부여박물관의 금동대향로, 공주박물관의 무령왕릉 유물 등 지역별 핵심 콘텐트를 개발할 생각입니다. 또 현재 중앙박물관에서 지역박물관으로 이전한 지역 대표문화재 1만8000점 외에 4만4000여 점을 더 내려 보내 지역박물관에서 보다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배 관장은 구석기 전문 고고학자 출신이다. 경기도 연천 전곡리 유적을 발굴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양대 박물관장, 전곡선사박물관장,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지낸 박물관 전문가다. 인류의 기원, 한반도의 여명기를 연구해온 학자답게 임기 내에 세계 보편적 기준에서 한민족의 기원과 진화를 돌아보는 대규모 전시를 열고 싶다고 했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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