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으로 30~40만원 받고도 아무 말 못하는 대학병원 간호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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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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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 추석이지만 고향에 가지 못한 한 대학병원 간호사가 쓴 글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17년 서울대병원에서 간호사에게 지급하는 첫월급이 '36만원'이라는 믿기 힘든 사실을 고발한 내용이다. 익명의 글쓴이는 "서울대병원 간호사만 첫 월급을 30만원 받는다는 것과 이게 최저임금법 위반이라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다"며 "대학병원은 매년 신규 채용되는 300명 가까운 간호사들에게 시급 1500원을 주고 수십억의 비용을 아껴왔다"고 주장했다.

이 글이 관심을 받으면서 "한양대학교 병원은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는데 3주간 무급이다. 하루 11시간까지도 일해봤다", "고려대학교 병원 첫월급은 40만원대다. 막상 부당한 일이 제 눈앞에 닥치니 불이익이 있지는 않을까 병원에 따질 수도 없고 이게 잘못된 건지 어디 물어볼 데도 없는데 이게 정상인가" 등의 글이 게재됐다.

실제로 고려대학교 병원에서 올해 근무를 시작한 간호사 A씨(24)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첫 월급으로 45만원을 받았다"며 "배치 전 실습이라고 해서 교통비, 식비 포함해서 받은 돈"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첫달을 다니고 사직서를 냈다. 사직하지 않고 버틴 A씨의 친구는 몇달 뒤 제대로 된 월급으로 140만원을 받았다고 A씨에게 전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B씨(30)는 "첫 월급으로 28만원을 받았고 그 다음 달에 70만원대, 셋째 달에 100만원대의 월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B씨는 세 달 만에 이대병원을 나와 정직원 월급을 받아보지 못했다. 대신 보훈병원으로 이직했는데 그곳에서는 제대로 된 월급을 지급해 오랜 기간 안정감 있게 다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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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동에 위치한 모 대학병원에 다닌다고 밝힌 C(31) 씨도 비슷한 일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 병원에서 처음으로 근무를 시작한 간호사들이 "첫 월급으로 교통비만 받았다"고 하소연하더라는 것. 이 병원에서도 교통비만 지급하는 이유로 '교육 목적의 기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간호사들은 중앙일보에 "서울 뿐 아니라 지역에 위치한 조선대 등의 대학들도 마찬가지"라며 "간호사들은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 이렇게 하기 때문에 '첫 월급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나 말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대학병원이 아닌 종합병원에서는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간호사도 있었다. 간호사 D(32) 씨는 "모 종합병원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3개월 수습 기간 동안 월급의 70%를 받았고 교육이 포함된 기간이었기 때문에 이를 수긍했다"며 "주위에서 30~40만원 대의 첫 월급을 받는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신규 간호사들을 관리하는 수간호사들은 대체로 '간호사들이 교육 기간에 관두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제대로 된 월급을 지급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간호학과 대학 강사로 일하고 있는 E(31) 씨는 "관리자들(수간호사) 얘기를 들어보면 1년도 못 채우고 도망가는 간호사들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하더라"며 "힘들게 가르쳐 놔도 한 달에서 세달 일하고 도망가는 간호사들이 많아 병원 측 손해도 크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에서는 신입 간호사를 정식 발령하기 전에 교육 기간을 두고 한달에서 세달 간 '실습 기간'을 둔다. 이 기간 동안 간호사들은 교통비와 식비 정도를 받으며 일을 하다가 정직원으로 발령 받기를 기다린다.

이같은 사실을 공론화한 서울대학교 병원 간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서울대 병원에서는 '첫 월급을 제대로 지급하라'는 내용에 서명한 간호사가 310명에 이르자 "최저임금 수준에서 지급하겠다"고 했으며 이 사실을 취재한 모 언론사에는 "고의가 아니라 실수로 월급을 그렇게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중앙일보 취재진은 해당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병원 측에 문의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진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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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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