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마지막 순간 머리 움켜쥔채 땀으로 젖어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남이 지난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독극물 공격을 받은 뒤 응급처치를 받은 공항 내 클리닉(진료소) 담당 의사는 지난 2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관련 재판에서 사건 당시 김정남의 모습에 대해 이같이 증언했다고 CNN이 3일(현지시간) 전했다.

“김정남은 당시 두 눈을 감은 채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매우 붉었고 땀으로 젖어 있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CNN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법원에서는 하루 전 김정남을 암살한 혐의로 기소된 2명의 여성인 인도네시아 국적인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 국적의 도안티흐엉(29)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이들은 지난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치명적인 신경작용제인 VX를 발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 이들은 관련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김정남 살해 혐의를 받는 시티 아이샤(왼쪽)와 도안 티 흐엉. [중앙포토]

김정남 살해 혐의를 받는 시티 아이샤(왼쪽)와 도안 티 흐엉. [중앙포토]

이날 재판에는 사건 당시 김정남의 응급처치를 담당한 닉모흐드아즈룰은 당시 김정남의 상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증언에 따르면 테러 직후 김정남이 공항 진료소로 직접 걸어들어와 도움을 요청해 김정남의 얼굴에서 “냄새가 없는 물 같은 액체”(odorless, water-like)를 닦아냈다고 했다.

아즈룰은 “(당시) 김정남의 심장박동은 굉장히 빨랐으며, 혈압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수준’(life threatening level)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김정남이 진료소로 들어선 후 발작을 일으켰다며 “그는 (전신발작 중 가장 심한 발작형인) 강직 간대 발작을 일으켰다. 눈동자는 위로 올라간 상태였고 침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가 불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이어 “김정남의 체구가 커서 스태프 여러명이 함께 그를 들어서 (진료소) 안으로 이동시켰다”며 “그러나 몸집이 너무 커서 그를 들어 침대에 눕힐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남을 진료소 내부로 옮긴 후 의료진은 그에게 아드레날린 및 다른 약품을 투여해 발작을 멈추게 했지만, 이후 그는 쇼크 상태에 빠졌으며 혈압은 급락했다고 아즈룰은 증언했다.

김정남은 클리닉에서 약 1시간 가량 머문 뒤 구급차로 인근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사망했다.

배재성 기자 honogdoy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