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장으로 국제무대 나선 김정은

중앙일보

입력

북한 관영 언론들은 22일 일제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성명’ 발표 소식을 톱뉴스로 내보냈다. 북한 언론들은 김정은의 직책을 “조선로동당 위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우리(북한) 당과 국가·군대의 최고령도자”로 소개했다. 이전과 같은 순서였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에서 주석단 발표순서는 형식상 권력 서열을 의미한다”며 “김정은의 직책을 언급하는 순서 역시 내부적인 중요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 우위 국가인 북한에서 법·제도적으로도 노동당 위원장이 가장 비중이 크다는 얘기다.

22일 성명 최고 무게의 당 위원장 아닌 국무위원장 #내부적으로 당 위원장 비중, 대외적으론 한계 #군통수권 가진 사실상 국가수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 대응해 직접 본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북한은 22일 현재 그의 육성 발표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 대응해 직접 본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북한은 22일 현재 그의 육성 발표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그런데도 북한이 이날 공개한 김정은의 성명은 노동당 위원장이 아닌 국무위원장 명의였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노동당 위원장은 북한 내부적으로 가장 무게를 두는 직책이고 사회주의권 국가들끼리는 인정을 받을 수 있지만, 대외적인 직함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2000년과 2007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노동당 위원장의 전신) 대신 국방위원장(국무위원장 전신)을 쓴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직책으로 첫 성명을 내면서 내부적인 격(格)은 오히려 노동당 위원장보다낮지만, 미국이나 국제사회를 의식해 국무위원장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국무위원장 자격으로 국제무대에 나선 셈이다.
북한은 지난해 6월 헌법 개정을 통해 국무위원회를 신설하고 국무위원장을 “최고영도자”(100조)로 규정했다. “무력의 최고사령관이자 국가의 일체 무력을 지휘통솔”(102조)하는 역할도 줬다. 특히 북한은 국무위원장의 임무와 권한(103조)에 대해 ▶국가의 전반사업 지도 ▶국가 중요간부 임명 또는 해임 ▶외국과의 조약 비준·폐기 ▶비상사태와 전시상태, 동원령 선포 ▶전시 국가방위위원회 조직지도로 명기했다. 국가의 수반으로 대통령제 국가의 대통령과 유사한 임무다. 특히 국가 무력을 관장하는 헌법 조문을 고려하면 이날 미국을 향한 군사적 위협을 언급한 성명을 실행하는 군 통수권자의 의미도 있다는 평가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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