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정원' 라디오도 사찰..."손석희 편파적·김미화 악의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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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김상선 기자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김상선 기자

이명박 정권 당시 국가정보원의 '여론 조작' 사건과 관련해 현 국정원의 전방위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과거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 및 진행자에 대한 사찰 정황이 포착됐다.

20일 국정원 등에 따르면 2009년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국정원은 방송사의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 대해 '편파방송', '정부 흠집내기' 등 평가를 담은 문건을 작성했다.

당시 국정원은 MBC 라디오의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대해 "안팎의 지탄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좌파 논리에 경도된 편파보도로 정부 흠집내기", "출근길 민심 호도" 등 문구를 쓰며 평가했다. '성경섭의 시사터치'에 대해서는 "'한겨레' 기자 등 좌파가 고정 출연하는 게 문제"라고 썼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대해서도 "악의적 멘트로 여론을 선동"한다고 평가했다.

KBS에 대해서는 특정 진행자의 이름을 거론하며 "진행자가 청취율 경쟁을 의식해 좌파에 유리한 무분별한 발언을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SBS에 대한 평가 중에서는 'SBS 전망대'와 '한수진의 오늘'에 대해 "중립 논조에 얽매여 정부 지원 보도를 외면하고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반영하지 않아 균형성이 떨어진다"고 썼다. '중립 논조에 얽매인다'고 평가하면서도 '균형성이 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한편 검찰은 이른바 'MB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본 배우 문성근, 김여진, 김미화씨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했다. 검찰은 이번 주 중 문화예술계 피해 인사를 추가로 부르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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