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북한 정권교체나 붕괴 같은 미망(迷妄)에 빠져있었습니다.”
김덕룡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독재정권 산물’ 생각에 한때 고사 #일관성 있는 통일정책 필요해 수락 #대북정책 둘러싼 갈등부터 풀어야
이달 초 출범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18기 김덕룡(76·사진) 수석부의장은 보수 정부 9년 동안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지난 정권이 일탈했던 부분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부의장은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국민 갈등부터 풀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통일헌장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 익산 출신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좌장이자 5선 의원 출신인 김 수석부의장은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등을 지냈고,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이사장과 (사)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 수석부의장직을 한때 고사했다고 들었다.
- “민주평통이 독재정권의 산물인데다, 관변단체란 생각을 의원 활동 시기부터 했다. 반독재·민주화 운동을 해온 내가 맡는 건 문제라고 봤다. 하지만 평통 의장인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비판적 인식으로 새 민주평통 정립에 힘써달라’고 권유해 수락했다.”
- 통일헌장은 박근혜 정부 통일준비위에서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 유신시절의 국민교육헌장 때문에 국민적 거부감도 있다.
- “오래 전부터 통일헌장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정권 변동에 상관없는 일관성 있는 통일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통일국민협약’을 말씀하셨다. 명명을 어떻게 하든 18기 민주평통에서 공감대를 도출하겠다.”
-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남북관계가 최악이다.
- “캄캄한 밤이다. 하지만 밤이 깊으면 새벽이 곧 온다. 이럴 때일수록 절망 말자. 한 방에 해결할 묘수는 없다. 한 걸음씩 통일의 길에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북한 김정은의 도발행보를 어떻게 보나.
- “후계자 시절 제왕학 교육을 받았겠지만 세월이 인간을 성장시키는 게 기본이다. 30대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지 않을까. 충성경쟁과 공포정치 때문에 합리적 결정을 할 수 없는 게 큰 리스크다.”
- 젊은 세대 사이에 과다한 통일비용 등을 내세운 통일무용론이 퍼진다.
- “그냥 두 개 국가로 존재하며 서로 왕래·협력하는 수준이면 충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 생각은 절대 안된다. 반통일론을 억제하고 제압하는 운동을 민주평통 중심으로 펼쳐나가겠다.”
- 자문위원 중 해외 위원 비중을 늘린 게 눈길을 끈다. 복안이 있는 건가.
- “17기에 3278명에서 이번엔 3630명으로 350여 명 늘렸다. 통일은 남북의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주도하겠지만 미·일·중·러 4강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동포의 통일 공공외교에서 평통이 중심에 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화협 해외조직 구축과 세계한상(韓商)조직에 몸담았던 경험도 활용하겠다.”
- 개헌 논의와 관련 민주평통의 폐지나 위상 변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 “민주평통은 헌법 92조에 근거한 대통령 자문기구다. 국내 228개 시·군·구와 해외 122개국에 1만9710명의 조직을 두고 있다. 국가의 큰 목표인 평화통일을 위한 조직은 어떤 형태로든 있어야 한다.”
글=이영종 통일전문기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사진=신인섭 기자 yjlee@joongang.co.kr